지난주 해군 함정에서 30명이 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데 이어 25일 공군 훈련비행단에서 8명이 감염되면서 군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그간 군 차원의 코로나19 방역은 안정세를 보여왔지만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상황이다. 군내 신규 확진자가 200명이 넘었던 지난해 11월과 같은 '악몽의 4월'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군서 8명 확진… 1600명 대상 검사 확대
국방부에 따르면 경남 사천의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서 장병과 군무원 등 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감염 경로는 동시다발적이다. 간부 1명은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한 음식점을 방문해 격리된 후 해제 직전 24일 검사에서 확진이 확인됐다. 다른 간부와 병사는 발열 등의 증상으로 검사를 받아 확진됐다. 이들과 밀접하게 접촉한 이들을 추가 검사한 결과 5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공군은 해당부대의 작전, 정비요원 등 1,600명을 대상으로 검사에 돌입했다. 26일까지 진행되는 검사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 더욱이 확진 판정을 받은 해당부대의 간부는 지난 22일 부대 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축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군 내 집단감염은 지난 1월 가평 공군부대에서 발생한 15명(2주간 누적)이 가장 많은데, 이를 넘어설 가능성이 다분하다.
공군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필수 작전요원을 제외한 전 장병과 영내외 관사 가족의 사천기지 입출입을 차단키로 했다. 공군 관계자는 "해당 부대는 비행훈련을 하는 곳으로 훈련 중단 여부 등은 추가 감염 추이를 보고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K-NAVY 방역’ 무너져… 기약 없는 백신 접종
이를 두고 군에선 "버틸 만큼 버텼다"는 반응이 나온다. 1년 이상 지속돼 온 군 방역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해군의 경우, 23일 상륙함 고준봉함에서 33명의 집단감염 발생 이전까지 '코로나19 청정지대'였다. 고준봉함을 제외한 해군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0명대(25일 기준 군 전체 763명)였고 함정 내 확진 사례는 전무했다. 밀폐 공간이라는 함정의 특성상 코로나19에 취약한 만큼 △매일 함정 격실 방역 △장기 출항 전 PCR(유전자증폭) 검사 및 2주 격리 △함정과 육상 간 회의 화상 전환 △장교와 승조원 분리 식사 △함정 출장 최소화 등 고강도 방역의 결과였다. 지난해 3월 승조원 4분의 1에 해당하는 1,300명이 무더기 감염된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인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등과 비교되면서 'K-NAVY(해군) 방역'이란 말도 나왔다.
해군은 고준봉함 집단감염 이후 군내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하고 모든 함정에 대해 PCR검사를 실시 중이다. 그러나 추가 강화 조치는 백신 접종 외에 사실상 없다는 점이 한계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6월부터 실시하는 군 장병 대상 백신 접종도 차질이 발생했다. 보건당국이 11일 '희귀 혈전증' 우려로 군 장병에게 접종 예정이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30세 미만 접종을 잠정 중단한 탓이다. 전체 장병 58만1,000명 중 77.7%(45만 명)가 30세 미만이다.
보건당국은 30세 이상 장병에 대한 접종을 5월로 앞당겼지만 30세 미만 장병의 접종 시기는 기약이 없다. 이에 작전과 훈련 공백 최소화를 위해선 정부가 24일 추가 확보를 발표한 화이자 백신 2,000만 명분을 30세 미만 장병에게 우선 접종해야 된다는 견해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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