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거권 시민단체 활동가 3인 인터뷰
"영끌 2030이 무주택 청년 대표로 여겨져선 안돼"
"소유권 위주 부동산 정책은 세계적 추세에 역행"
"오 시장, 청년 주거권 고민 치열하게 해주길"

지난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하우징랩에서 만난 청년 주거권 시민단체 활동가들. 왼쪽부터 가원 민달팽이유니온 사무국장,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배우한 기자
"정치인들은 앞다퉈 대출 규제를 풀고 공급을 늘려 무주택 청년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고 하는데, 내 삶을 담보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해야만 살(live) 수 있는 사회가 정상인가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 투기 사태와 공시가격 현실화 등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동산 민심은 들끓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분노한 여론을 제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는 중이다. 하지만 정작 그 속에서 자신들의 주거권은 10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하는 '무주택 청년'들이 있다.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의 서울하우징랩에서 만난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과 지수(활동명)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가원(활동명) 사무국장은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정치권의 '영끌 담론'을 비판했다. 지수 위원장은 "최근 여당에서 무주택 청년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고 대출 규제 완화책을 내놓고 있는데, 자가 소유는커녕 당장 월세 보증금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태반"이라며 "정치권이 우선 주목해야 할 대상은 영끌조차 어려운 청년들"이라고 말했다.
조희원 사무국장은 주택 구매를 당연한 통과 의례인 것처럼 전제하는 정책 기조 때문에 세입자의 지위는 되레 열등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 사무국장은 "당국자들조차 안정적인 주거권을 누리기 위해선 집을 사야 된다고 인정한 꼴이 되면서 세입자는 불완전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며 "누구나 적절한 주거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보장하고자 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1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청년주택 임대인 갑질 방치하는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서초역 역세권 청년주택 입주 예정자의 입장문을 대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세입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왜곡된 인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최근 발생한 '역세권 청년주택 갑질' 사건을 꼽았다.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은 서울시의 주거 안정 정책 중 하나지만, 지난 2월 서초구의 한 청년주택에서 시행사 직원이 입주 청년에게 비하 발언을 하고 계약서도 부실하게 작성해 문제가 됐었다.
조희원 사무국장은 "임대주택을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 청년에 대한 혐오와 주거권에 대한 몰이해, 민간 업체에 대한 공공의 관리 부실이 총체적으로 엮인 사건"이라며 "공공성을 띠는 임대주택에서조차 청년 세입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임대차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이 임대인의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조치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이들은 "공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수 위원장은 "'원하는 대로 세를 올려주지 않으면 너를 내쫓고 실거주하겠다'는 집주인의 협박 사례는 익숙할 지경이고 위반건축물에 세를 놓는 경우도 여전히 수두룩하다"며 "기존의 무소불위한 권력을 조금도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쟁이'들의 주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LH 직원들 투기 사태와 관련해선 투기 자체보다 '시민들의 분노'에 주목했다. 가원 사무국장은 "LH 논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분노가 사실은 '너만 이득을 봤다'는 데서 나오는 '배 아픈 질투'는 아닐까 싶었다"며 "자산 증식 수단으로써 투기는 근절돼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지 않으면 비슷한 일은 반복될 것"이라고 짚었다.
새로 취임한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해서는 기대와 걱정이 섞인 당부를 전했다. 지수 위원장은 "1인 가구를 지원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설치한 건 긍정적인 시도"라면서도 "오 시장의 주력 정책인 '상생주택'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는 장기전세주택 모델이라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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