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권좌 떠나도 아들·딸·사위 '가문의 힘'은 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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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로, 권좌 떠나도 아들·딸·사위 '가문의 힘'은 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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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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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카스트로' 시대 맞은 쿠바의 미래는

편집자주

국내외 주요 흐름과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 리포트입니다

라울 카스트로(오른쪽)가 19일(현지시간)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공산당 전당대회 폐막식에서 자신의 뒤를 이어 당 총서기로 선출된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1당 체제인 쿠바에서 카스트로 형제가 아닌 인물이 당수 자리에 오른 건 쿠바 혁명 이후 62년 만에 처음이다. 아바나=AP연합뉴스


라울 카스트로의 권력이양

쿠바혁명의 1세대를 대표하던 카스트로 가문 정치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4월 16일, 쿠바 권력의 중심(정부·공산당·군부)에 있었던 쿠바 혁명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가 쿠바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적 지위인 쿠바 공산당의 제1서기직을 대통령인 미겔 디아스카넬에게 넘겨줬다. 2018년 디아스카넬에 국가 평의회 의장(현재 대통령직) 자리를 물려준 라울은 이제 오직 쿠바 혁명군 사령관 지위만 유지하고 있다.

쿠바의 권력은 정부, 공산당 그리고 쿠바혁명군에 분산돼 있으나, 피델 카스트로 및 라울 카스트로 집권 당시에는 당·군·정의 최고 지도자가 동일인이었고, 군부 엘리트가 정부와 당의 요직을 겸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과 군의 구분이 모호하고 긴장 관계가 없었다. 그럼에도 1당인 쿠바 공산당은 쿠바 헌법이 규정한 최상위 권력 기구이고 특히 당 정치국(politburo)은 실질적인 정책결정기구이다.

쿠바 혁명의 주역인 피델 카스트로(오른쪽·1926~2016)와 라울 카스트로 형제는 60년 이상 권력의 정점에 있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1960년생으로 혁명 2세대인 디아스카넬의 권력 승계 과정은 현재 89세의 라울 카스트로와 비슷하다. 라울도 2008년 쿠바의 정부 수반이 되었고, 2011년 형인 피델로부터 공산당 제1서기직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디아스카넬 체제에 대한 쿠바 혁명군의 충성도는 여전히 낮은 게 현실이다. 쿠바혁명 당시의 힘의 원천이자 물리적 통제권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아스카넬의 집권은 1959년 쿠바혁명 이후 62년 동안 쿠바를 지배했던 카스트로 가문의 장기독재 종식과 카스트로 성이 빠진 새로운 당정 권력의 출현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1958년 쿠바 혁명 당시 라울 카스트로(왼쪽)가 서열 2위인 아르헨티나 출신 지도자 체 게바라의 어깨를 팔로 감싸고 있다. ⓒ위키피디아


디아스카넬은 사실상 집사 정권

하지만 카스트로 가문이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이나 피델 카스트로 체제와는 달리 권력 승계를 더 이상 가문(혈통 세습)에 한정하지 않고 1당인 공산당 중심(기관과 제도)으로 승계하겠다는 방향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라울 카스트로의 아들 알레한드로는 군부 출신으로 아버지 라울 체제에서 내무부 정보국 수장으로 쿠바 시민의 일상을 통제한 바 있으며, 딸인 마리엘라는 성소수자(LGBT) 인권 보호에 앞장서면서 쿠바 시민사회와 강한 연대감을 보이고 있다. 사위인 루이스 알베르토 로드리게스 장군은 쿠바의 가장 큰 경제적 수입원인 관광, 항공, 호텔, 통신, 주유소, 외환, 소매점 등 50개 이상의 자회사를 거느린 쿠바 최대 국영기업 ‘가에사(GAESA)’의 대표로 쿠바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만일 디아스카넬이 이들의 기득권에 방해가 될 경우 라울 카스트로 가문이 다시 쿠바 정치 전면에 부상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라울 카스트로의 아들 알레한드로 카스트로(왼쪽부터)와 딸 마리엘라 카스트로, 사위 루이스 알베르토 로드리게스. ⓒ위키피디아

카스트로 가문 구성원이 중요 권력기관의 최고 지도자 자리를 차지하지 않더라도, 쿠바 혁명군에 대한 통제권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가에사 같은 군부 경영 기업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라울 카스트로 가문은 쿠바 정치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특히 이번 디아스카넬의 공산당 1서기직 승계와 함께 라울 카스트로 사위인 루이스 알베르토 로드리게스 장군이 처음으로 쿠바 공산당 정치국(politburo)을 구성하는 14명의 위원 중 기업관리그룹 사무총장(임기 2021~2026년)으로 지명되기도 했다. 디아스카넬은 쿠바 정치경제 전환기에 이를 관리할 '집사 정권'의 정체성이 강하다.

전염병 예방과 쿠바-미국 관계 변화 가능성

2016년 피델 카스트로 사망 이후 라울 카스트로 체제는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 외교를 제외하면 미국의 오랜 경제 제재 조치에 변화를 주지 못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체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전망된다.

냉전 이후 대립했던 미국과 쿠바는 2015년 정식 수교했고 이듬해 3월에는 쿠바에서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쿠바는 현재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다양한 내부 과제로 인해 미국 등 대외 관계에 눈 돌릴 틈이 없다. 2018년 대통령 취임 이래 쿠바 시민사회의 아래로부터의 민주적 개혁 요구에 답해야 하며, 30년 만에 처음이라는 경제위기 상황 및 코로나 보건위기 등을 관리하는 게 우선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도 마찬가지이다. 미국 백악관은 최근 쿠바 정책이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쿠바는 그동안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에 의사를 파견하는 의료외교를 만들 정도로 의료 분야에 능력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실제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코로나19 사망률이 가장 낮은 국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올 4월 들어 하루에 1,000건 이상의 새로운 감염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감염 통제와 더불어 경제위기 극복은 디아스카넬의 통치력에 가장 큰 도전이다.

디아스카넬 정부의 경제위기 극복 과제

코로나 팬데믹으로 쿠바는 최대 수입원인 관광 수입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2020년 쿠바 방문 관광객 수는 무려 80%나 줄었고, 국내총생산(GDP)도 11%나 감소하는 위기 상황을 맞았다. 디아스카넬 정부는 다양한 경제 개혁을 통해 위기 탈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기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특히 최근의 이중화폐 개혁을 통한 통화 개혁, 경제 분권화, 국영기업 자율성 보장, 자영업의 확대, 시민들의 보편적 정보통신사회를 위한 인터넷보급 확대(3G) 요구 과정 등에서 개혁에 따른 고통이 감지된다.

심각한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쿠바는 과거와 달리 시장 주도적 경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국방, 의료, 교육과 미디어를 포함한 주요 부문에 대한 정치적 통제는 여전히 국가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올해 1월 1일 디아스카넬 정부는 다소 혼란스러운 이중 통화 시스템(1달러=1페소 교환 환율의 CUC와 1달러=25페소 환율의 쿠바인민화페 CUP)을 통일했다.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급증과 페소의 평가절하로 실질 임금과 연금, 시장 구매력이 하락하면서 사회적 비용도 커지고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 통과해야 하는 고통의 과정이지만, 당장 페소의 평가절하는 농산물 등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쿠바의 소비 시장과 쿠바 시민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점진적 평가절하를 선택했다면 단기 충격은 완화할 수 있겠지만 평가절하된 단일통화 중심의 경제를 재구성하기 위해 추가적인 경제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는 또 다른 부담이 있다.

권력 이양이 발표된 19일 마스크를 쓰고 음식을 사기 위해 줄서있는 쿠바 시민들. 아바나=AFP연합뉴스

가장 시급하게 요구되는 개혁은 쿠바 소비자들이 수입가격 상승에 대처할 수 있도록 실질임금을 인상하는 것이다. 특히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대다수 고용을 담당하는 국영기업 부문에서 서둘러야 한다. 또한 쿠바 정부는 경제의 달러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유연한 환율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렇게 단기적으로는 쿠바의 경제 자유화를 꾀하고 장기적으로는 변동 환율이 효과를 발휘하도록 하는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 자유화에 대한 새로운 도전

올해 2월 쿠바는 자영업이 가능한 분야를 크게 확대했다. 기존에는 127개 직업군에만 민간 참여가 허용됐지만 2,0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런 자영업과 민간 참여의 확대는 시장 중심으로 경제가 전환되는 계기가 되지만, 다양한 불법 기업이 공개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는 문제점도 있다.

쿠바 시민들이 지난 26일 미국의 대쿠바 경제제재를 해제하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산타 클라라=AFP연합뉴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러한 쿠바의 개혁과 개방 정책, 다시 말해 쿠바의 경제 자유화는 이웃 국가인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 회복이 우선되어야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최근 일련의 경제 개혁은 더 많은 외국인 투자와 자본이 요구되며, 미국의 대쿠바 경제금수조치 해제 및 새로운 관계 개선이 최우선 과제이다.

하상섭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 HK연구교수

영국 리버풀대학에서 라틴아메리카 정치사회학을 전공했다. 현재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 HK+사업단에서 라틴아메리카의 민주주의와 정치경제개혁, 최근에는 환경과 기후변화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21세기 한국·쿠바 협력 관계 증진을 위한 정책방안 모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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