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판매 중단
김일성 저자 회고록, 사실 왜곡 및 법위반 논란 일어
2011년 대법원, "회고록, 이적표현물 해당" 판단??
교보 측 "이적표현물 구입시 독자도 처벌 가능" 우려
하태경 의원 "회고록 판매, 표현의 자유 보장해야"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가 북한 김일성 주석의 항일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판매를 전격 중단했다.
25일 출판계에 따르면 교보문고는 23일 대책회의를 열고 '세기와 더불어'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당일 오후 4시부터 온라인 서점에서도 '세기와 더불어'가 검색되지 않는다.
'세기와 더불어'는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이 펴냈으며, 1992~1997년에 걸쳐 평양 조선노동당 출판사에서 대외선전용으로 펴낸 원전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저자는 김일성 주석으로 돼 있다. 국내판은 8권 양장본으로 가격은 28만 원이다.
문제는 김일성의 항일무장 투쟁사를 담은 이 책을 2011년 대법원에서 이적표현물로 판단했다는 점이다. 당시 대법원은 허가 없이 방북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모씨에 대해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며 그가 소지한 '세기와 더불어'를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민족사랑방 측은 인터넷 서점 책 소개란에 "1945년 8월 15일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되는 그날까지 중국 만주벌판과 백두산 밀영을 드나들며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던 생생한 기록"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 책의 출판이 민족의 고귀함을 일깨우고 남북화해의 계기가 된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판매 수익금은 통일운동기금에 사용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판매 중단 조치에 대해 "대법원이 이적표현물로 판단한 책을 산 독자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고객 보호 차원에서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며 "정치적인 이슈나 판단과 무관하게 고객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법원이나 간행물윤리위원회의 판단이 내려지면 이에 따라 신규 주문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빠른 판단으로 이런 상황이 조속히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교보문고 측에 따르면 이 책은 이미 100권 넘게 판매된 상태다.
하태경 "북한 정보 통제, 국민 유아 취급하는 것"
앞서 일부 시민단체는 최근 법원에 '세기와 더불어' 판매·배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경찰과 통일부 등도 이 책과 관련 법 위반 여부를 살피고 있지만, 현 상황만으로는 판매 금지를 강제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는 김일성 회고록 등 북한 출판물의 국내 출간이 문제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일성 회고록은 상당 부분 허구인데 미사여구를 동원했다고 해서 우상화 논리에 속아 넘어갈 국민은 없다"며 "북한과 관련된 정보를 모두 통제해야 한다는 건 국민을 유아 취급하는 것이다. 국민을 믿고 표현의 자유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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