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휴가 청구 138회 거절한 혐의로 기소
법원 "생리현상 입증 요구, 과도한 인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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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여성 승무원들에게 생리휴가를 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수천(65) 전 아시아나 대표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김 전 대표는 2014년 5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여성 승무원 15명이 총 138회에 걸쳐 낸 생리휴가를 승인해 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휴가 거부 사유는 ‘인력 부족’ 등이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할 경우, 월 1일의 생리휴가를 부여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재판 과정에서 “생리휴가 청구를 받아주지 않은 혐의로 처벌하려면, 검사가 승무원들에게 당시 생리현상이 있었다는 사실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리휴가 청구가 휴일이나 비번이 인접한 날에 몰려있는 점 △생리휴가가 거절되자 여러 차례 다시 청구한 점 등을 근거로 “실제로 승무원들에게 생리현상이 있었는지도 의심스럽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나 1심은 “생리휴가를 청구할 때 ‘생리현상의 존재’도 소명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건 근로자의 사생활 등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판단했다. 이어 “(소명 요구가) 생리휴가 청구를 기피하게 만들거나 청구 절차를 어렵게 해 휴가 제도 자체를 무용하게 만들 수 있다”며 유죄 판단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항공기 승무원의 생리휴가 청구가 다른 업종보다 많은 건 생리기간 중에도 좁은 비행기 안에서 강도 높은 육체적ㆍ감정적 노동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김 전 대표는 이런 애로사항을 고려, 근로환경 개선 노력을 시도해 생리휴가 청구비율을 낮출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2심도 이 같은 1심 결론을 유지했다.
대법원 역시 “1ㆍ2심 판단에 생리현상의 존재에 관한 증명책임 등에 대한 법리오해 또는 이유 모순의 잘못이 없다”면서 김 전 대표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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