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녹고 지하수 사용해 지구 질량 분포 바뀐 탓

남극과 가까운 아르헨티나 최남단 산타크루즈주에 있는 페리토 모레노 빙하가 2008년 지구온난화로 인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엘칼라파테=로이터 연합뉴스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 자전축이 움직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지구 전체의 질량 분포가 바뀐 탓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중국과학원 지구과학연구소는 지구 자전축이 1990년대에 비해 동경 26도 방향으로 3.28밀리각초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1밀리각초는 각도 1도의 360만분의 1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1995∼2020년 자전축 이동 속도가 1981∼1995년 대비 17배 빨라졌으며, 자전축 이동 방향도 남쪽에서 동쪽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아 자전축이 이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빙하는 1990년대 이후부터 매년 수천억t씩 녹았는데, 이로 인해 지구 전체의 질량 분포가 변하면서 자전축이 이동했다는 것이다. 인류가 지하수를 사용한 것도 자전축 변화에 영향을 줬다. 연구진은 "지난 50년간 인류가 식수 · 농업용으로 사용한 지하수는 18조t에 달하지만 채워지지 않았다"면서 "퍼 올린 지하수는 대부분 바다로 흘러가는데, 이로 인해 지구 전체 질량이 재분배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의 활동이 지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에는 자전축이 해류 변화나 맨틀 대류 등 자연적인 요인으로만 움직였기 때문이다. 뱅상 험프리 스위스 취리히대 교수도 “인류 활동으로 질량 분포가 크게 바뀌면서 자전축이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전축 이동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만큼 크진 않다"고 덧붙였다.
일부 과학자는 지구가 '인류세(Anthropocene)’에 진입했음을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류세는 인류 활동이 지구 환경을 바꿔놓는 지질시대를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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