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승한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위암은 국내 암 발생률 1위인 가장 흔한 암이다. 환자가 28만 명이 넘고, 매년 위암 환자가 새로 3만여 명 발생한다. 다행히 위암을 조기(1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5년 생존율이 90%가 넘는다. 위암도 다른 암처럼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다.
'조기 위암의 내시경 치료 전문가'인 김승한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최근 국가암검진사업으로 위암의 조기 발견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인 만큼 위암을 적극적으로 검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기 위암은 위암 병기가 어느 정도일 때인가.
“위는 점막층ㆍ점막하층ㆍ근육층ㆍ장막층 등 4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암세포가 이들 4개 층 가운데 가장 바깥에 있는 점막층이나 그 바로 아래의 점막하층에 국한돼 있으면 조기 위암(1기 위암)이라고 한다. 암세포가 근육층이나 장막층까지 침범했다면 진행성 위암이라고 부른다.
위암을 조기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된다. 이전에는 위암 검진으로 조영술을 많이 시행했지만 위암 조기 발견율이 낮아 더 이상 추천하지 않는다. 위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위 내시경 검사만 잘 받아도 위암으로 목숨을 잃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위 내시경 검사는 만 40세 이상이라면 2년마다 한 번 정도 받는 것이 권고되고 있다. 그러나 이상 증상이 있다면 나이와 관계없이 더 빨리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전에 시행한 검사에서 위암의 선행 병변인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腸上皮化生ㆍ위 점막이 장 점막처럼 변하는 것)이 발견됐다면 위암이 생길 위험이 높기 때문에 1년에 한 번 정도 위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조기 위암은 주로 내시경 치료를 시행하는데.
“위암은 병 진행 정도(병기)에 따라 3가지 방법으로 치료한다. 외과적으로 위를 절제하는 방법과 항암 치료하는 방법, 내시경으로 절제하는 방법 등이다. 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내시경만으로 치료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90% 이상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내시경 치료법인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ㆍESD)’은 내시경 절개도를 이용해 위암 병변 주위를 자르고 점막하층을 직접 관찰하면서 암세포를 박리하는 내시경 시술이다. 조기 위암을 내시경으로 절제하면 비교적 큰 병변도 일괄적으로 잘라낼 수 있다. 이 시술은 최소 침습적 내시경 시술이어서 흉터도 없고 위의 기능도 보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시술은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수면 상태에서 진행한다. 시술 시간은 환자마다 차이가 나지만 1시간 정도 걸린다. 개복 수술이 2~3시간 정도 걸리는 것에 비하면 수술 시간이 크게 줄어 환자의 입원 기간도 짧아졌다. 회복도 빨라 시술 후 하루가 지나면 식사가 가능하다. 입원하는 동안 출혈ㆍ천공(穿孔) 등 합병증이 생기지 않으면 시술 후 2~3일 안에 퇴원할 수 있다.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은 다음 4가지 경우에 시행할 수 있다. ①궤양이 동반되지 않은 분화형 점막암이면서 2㎝ 이상이거나 ②궤양이 동반됐다면 분화형 점막암이면서 크기가 3㎝ 이하이거나 ③궤양이 동반되지 않은 분화형 점막하암이면서 크기가 3㎝ 이하이고, 점막하층으로 침윤이 0.5㎜ 이하이거나 ④궤양을 동반하지 않은 미분화형 점막암이면서 크기가 2㎝ 이하일 때 등이다.
내시경 시술 후에는 보통 6~12개월 간격으로 위 내시경 검사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게 된다. 5년간 추적 검사를 시행해 재발되지 않는다면 완치로 판정한다. 현재 내시경 시술로 한번에 완전 절제된 조기 위암 환자의 장기 치료 성적은 매우 좋다. 내시경 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는 기준에 해당되는 조기 위암도 매우 드물게 원격 전이돼 재발하기도 하지만 종양 특이 4년 생존율(종양 재발 등과 관련한 생존율)은 100%에 가까워, 위 절제술을 받은 환자와 비교해 생존율 차이가 거의 없다.”
-위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위암 발병 요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만성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등 위장관 병변, 과도한 염분 섭취, 고농도 질산염이 들어 있는 건조 훈제나 염장 음식, 흡연,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조기 위암 치료 후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면 위암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 내시경 절제술을 받은 조기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효과를 분석한 결과, 헬리코박터균을 없앤 환자에게서 위암 재발 위험이 절반 정도 줄었고, 위암 위험 인자도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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