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MMM위원장(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심혈관 질환과 그로 인한 사망의 주원인은 고혈압이다. 특히 고혈압을 가진 여성은 남성보다 좌심실 비대ㆍ심부전ㆍ동맥 경화ㆍ당뇨병ㆍ만성콩팥병 등이 더 많이 발생한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20세 이상에서 고혈압(140/90㎜Hg 이상) 유병률은 29%로 1,200만 명이 환자다. 여성 고혈압 환자는 남성보다 적지만 폐경 후에는 점점 늘어난다. 특히 여성은 65세가 넘으면 남성보다 고혈압 유병률이 높지만 조절률은 5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여성은 피임약, 임신ㆍ출산 및 폐경기 여성호르몬 변화 등으로 남성보다 혈압이 오를 위험이 더 많아 이와 관련해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
청소년들도 비만ㆍ가족력 등으로 고혈압에 노출되고 있다. 10대 여성의 경우 섬유근육이형성에 의한 콩팥동맥 협착, 고알도스테론혈증, 갑상선 기능 저하, 피임약 복용 등이 혈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대동맥 축착 같은 선천성 심장 질환, 터너증후군도 고혈압이 생길 수 있다.
임신 중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주원인은 고혈압이다. 보통 임신부 10명 중 1명은 고혈압에 의한 심혈관 질환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과 관련된 고혈압에는 임신중독증으로 알려진 전자간증(前子癎症ㆍ새로 진단된 고혈압이 단백뇨 또는 간 기능 이상, 혈소판 감소, 콩팥 기능 이상 등 장기 손상과 병행할 때), 만성고혈압(임신 20주 이전에 발생한 고혈압), 임신성 고혈압(임신 20주 이후에 진단된 고혈압으로 단백뇨가 없을 때)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전자간증은 태아와 임신부 모두에게 위험할 수 있다. 임신 관련 고혈압은 출산 후 대부분 좋아지지만 심혈관 질환ㆍ당뇨병ㆍ만성콩팥병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임신 관련 고혈압을 겪었다면 출산 후에도 혈압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호르몬은 심혈관을 보호하는 작용을 하기에 가임기 여성에서 고혈압 위험을 낮추지만 폐경 후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 동맥이 딱딱해져 혈압도 상승한다. 또한 여성이 나이가 들면 인지 장애가 흔히 나타나는데 이는 고혈압 진단과 치료 순응도를 낮출 뿐만 아니라 반대로 고혈압 자체가 인지 장애를 일으키고 악화시킬 수 있다.
여성 고혈압 환자는 남성과 달리 우울증세와 의료진과의 관계가 치료 순응도에 영향을 끼친다. 연구에 따르면 심혈관계 약물 부작용이 생기는 여성이 남성보다 1.5~1.7배 더 많다. 여성이 남성보다 고혈압 약에 의한 전해질 균형 이상ㆍ부정맥ㆍ통풍 등이 생길 위험도 높다. 칼슘차단제에 의한 말초부종도 여성에서 더 흔하다.
여성은 폐경 후 고혈압이 생길 위험이 더 크지만 남성보다 조절률이 낮고 합병증으로 인한 장기 손상도 흔하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 고혈압을 조기 진단하는 것은 물론, 고혈압 약의 부작용을 잘 살피고, 복약 순응도를 높여야 조절률도 좋아진다.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것도 매우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다.
5월 17일은 ‘세계고혈압의 날’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5월을 혈압 측정의 달로 정해 고혈압의 중요성과 위험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있으며 올해는 여성 고혈압을 주제로 여성 고혈압의 인식을 높이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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