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간판 반도체 회사인 인텔이 1분기 저조한 성적표를 내놨다. 최근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 진출을 선언하며 대대적인 변신을 예고했지만, 인텔을 둘러싼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게 외신의 평가다.
인텔은 22일(현지시간) 지난 1분기 매출이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인 186억 달러(약 21조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당 순이익은 오히려 1% 감소한 1.39달러였다.
시장 예상 웃돈 성과, 하지만 웃지 못한다
매출과 주당 순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매출 179억 달러, 주당 순이익 1.15달러)를 웃돌았다. 하지만 마냥 기뻐하기 어려운 게 현재 인텔의 처지다. 1분기 매출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개인용컴퓨터(PC) 판매 효과 덕을 톡톡히 봤다. PC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고, 노트북 판매량도 역대급이었다고 인텔은 설명했다.
하지만 CNBC는 "노트북 중 상당수는 저렴한 칩을 사용하는 저가 크롬북"이라며 "인텔의 최대 고객 애플은 점점 자체 칩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인텔에 고수익을 안겨줬던 데이터센터 고객 매출은 20%나 하락했다.
수익성 낮은 PC 사업 의존도가 점점 커지는 반면, 각종 투자 비용은 급증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인텔이 7나노 공정을 시작하고 10나노 공정을 늘리기 위해 비용을 늘리면서 수익성이 타격을 입고 있다"며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익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1분기 인텔의 영업마진은 32.8%로 전년 동기 대비(39.5%) 6.7%포인트나 급감했다. 영업마진이 줄면서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3억4,900만 달러(8조2,279억 원)에서 60억9,600만 달러(6조8,238억 원)로 20.5%나 쪼그라들었다 .
파운드리 진출… "쩐의 전쟁 각오해야"
인텔은 이날 연간 매출이 725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치를 내놨다. 지난달 발표 때(720억 달러)보다 25억 달러나 높여 잡은 것이다. 하지만 인텔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3%나 하락했다. 그만큼 인텔의 미래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실제 인텔을 둘러싼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분야 신흥강자인 엔비디아와 AMD가 CPU 시장의 맹주인 인텔의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과거 충성 고객이었던 애플, 구글, 아마존 등 미국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자체 칩 개발에 나서면서 칩 분야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 파운드리가 되겠다는 인텔의 계획에도 '값비싼 청구서'가 따른다. 인텔의 올해 자본 지출은 지난해(143억 달러)보다 40% 급증한 200억 달러(22조4,0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로선 TSMC나 삼성전자처럼 7나노 이하의 첨단 공정을 목표로 할 텐데 이 공정에 한 번 발을 들이면 그때부터 막대한 쩐의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며 "첨단 공정에 성공할 때까지 수익성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