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이동준이 22일 울산 남구 모처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울산 현대 제공
울산과 전북의 2021 시즌 첫 ‘현대가(家) 매치’가 열린 21일. 홍명보(52) 울산 감독은 경기장을 향하기 전 클럽하우스 내 시청각실에 선수들을 불러모아 영상부터 켰다. 상대 전술 점검일까 싶었던 영상엔 지난해 울산 선수들과 팬들의 모습만 담겼다. 좌절하고, 눈물 흘리고, 화내고, 답답해하는 선수들의 모습. 그 뒤엔 그들을 지켜보던 팬들이 오열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지난해 전북전에서 보인 모습들을 모은 영상이다.
올해 울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동준(24)는 “그 영상을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전북전 다음날인 22일 울산 모처에서 만난 그는 “내가 지난해 울산에서 뛰진 않았지만, 울산 팬들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곤 ‘올해는 그 팬들이 눈물을 멈추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강하게 들었다”며 “많은 동기부여가 됐고, 마지막엔 꼭 우리 팬들이 웃을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동준이 뛴 첫 현대가 매치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어울린 승부에 이동준도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특히 전반 중반 왼쪽 골대를 살짝 비껴간 슈팅이 자기 전에도 생각났단다. 이동준은 “앞서 수원삼성에 0-3으로 지고 나서 맞은 경기라서 선수들도 승리 의지가 대단했던 경기였다”며 “홈팬들 앞에서 전북에 이겨서 기쁨을 드리고 싶었는데, 결과가 아쉬웠다”고 했다.

울산 이동준(가운데) 2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전북과 경기에서 볼 경합을 하고 있다. 울산=뉴스1
그래도 전북전 연패 사슬을 끊은 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지난해 K리그1(1부 리그) 3전 3패. 대한축구협회가 여는 FA컵 결승까지 묶으면 4전 4패였다. 선두를 다투는 팀간의 전적이라기엔 일방적이었다. 이 4차례 맞대결 가운데 한 번만 이겼다면 K리그든 FA컵이든 하나는 가져갈 수 있는 시즌이었기에 아쉬움은 더 크다.
이동준은 “우승을 하고 싶어 울산에 왔다”며 “이번 시즌 울산은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팀씩 모두 상대해 본 11라운드까진 2위에 머물러 있지만, 자신을 포함해 새로 팀에 합류한 선수들의 호흡이 더 살아난다면 강해질 거란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울산은 더 높은 위치로 갈 수 있는 팀이란 걸 갈수록 느끼게 된다“며 “시즌 초반에 주춤했던 경험이 중반 이후엔 약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시즌 4골 1도움으로 김인성(32)과 함께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 중이지만, 이동준은 배고프다. 그는 “팀에 도움을 더 주지 못해 아쉽고 팬들께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골 결정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기 막판까지 집중력을 유지하고 싶어 노력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공격수라면 기회가 났을 때 골을 넣던가, 적어도 유효슈팅으로 연결해야 한다”며 “더 책임감을 가지고 뛰겠다”고 다짐했다.
지난달 일본 원정 A매치에 차출돼 0-3 패배의 충격과 상대 선수 도미야스 다케히로(23) 얼굴 가격 논란으로 어수선했던 경험은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한 자산으로 여기고 싶단 게 이동준 뜻이다. 무려 7명이나 차출된 울산 선수들은 신체적 피로보다 심리적 피로가 더 컸다고 한다. 이동준은 논란의 장면에 대해 “나 또한 의도치 않은 상황이 발생해 상대 선수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며 “당일 상대 선수가 사과를 흔쾌히 받아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뒤로는 팔을 사용하는 데 더 조심하게 되는 것 같다”며 “앞으로 내게 생길 수도 있는 일인 만큼 더 주의 할 것”이라고 했다.

이동준(왼쪽)이 지난달 25일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A매치 한일전에서 상대 선수와 공을 다투고 있다. 요코하마=AP 연합뉴스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 입성도 과제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을 겸했던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우승 멤버로, 국가대표팀까지 오가고 있는 이동준이 최종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은 높지만 이동준은 “무한 경쟁”이라며 선발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단 뜻을 전했다.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울산 동료인 이동경이나 원두재와 얘기해봐도 누구 하나 ‘나는 무조건 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학범 감독님 아래서 (올림픽대표팀)전체가 강한 힘을 기른 것 같다”며 “개인이 하나 튀어서 슈퍼스타가 되는 게 아니고, 팀으로서 정말 강해졌단 걸 느낀다”고 했다. 외신들이 한국을 도쿄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뉴질랜드, 온두라스, 루마니아와 한 조에 묶인 결과에 대해 이동준은 “모든 팀들이 다 지역예선을 거쳐 올라온 팀이기에 약체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표팀에 선발 된다면 매 경기 최상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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