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승리 직후 속전속결로 이뤄질 듯했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문제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발 빠르게 야권 통합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외쳤지만 양당이, 선거 이후 셈법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내부 정비에 정신이 없는 국민의힘은 물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서두르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전당원투표 고려 중인 국민의당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합당 이슈를 먼저 던진 국민의당은 당론 확정을 위해 전당원투표를 검토 중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6일부터 전국 순회 당원 간담회를 통해 합당에 대한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 중인데, '당원 투표'라는 추가 절차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22일 당의 한 관계자는 "당헌상(제99조) 합당을 하려면 전당원투표 또는 전당대회 의결이 있어야 한다"며 "당원들의 생각을 최대한 존중해야 합당 이후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안 대표도 합당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안 대표는 전날 광주시당 당원간담회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바른미래당 창당 시절 잘못했던 점들을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2018년 당시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 통합논의에 들어간 지 약 한 달 만에 '바른미래당'을 만들었지만, 그해 열린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안 대표가 합당 문제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 시점 등과 연결해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8, 9월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국민의힘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당과 통합을 결의한 국민의힘도 느긋한 모습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안 대표가 당심을 청취한다고 했을 때 합당에 관심이 없다고 느꼈다"면서 "국민의힘이 국민의당에 문을 열지 않았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의총에서 합당을 결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중진들과 안 대표의 밀착 관계를 의심하지만, 차기 당권 경쟁 등 내부 정비가 우선인 상황에서 합당 이슈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는 분위기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당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서 합당 신청이 오면 그다음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에서 먼저 합당 얘기를 꺼내야만 국민의힘도 이에 응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양 당 분위기를 고려할 때 합당 문제가 하반기까지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우리 당 차기 지도부가 자리를 잡는 8, 9월까지 합당 문제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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