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사업비, 노선 중복에 발목
수도권 초미의 관심사였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노선이 결국 서울을 지나가지 않게 됐다. 앞서 경기도와 인천시는 서울 강남구를 거쳐 가는 노선안을 건의했지만 대규모 사업비가 걸림돌이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2일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립 연구' 공청회에서 GTX D노선인 '서부권 광역급행철도'를 경기 김포도시철도 장기역에서 서울지하철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김포~부천)까지로 제안했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의 철도 투자 방향과 사업을 제시하는 연구다.
D노선은 서울 도심을 통과하지 않는 GTX가 된다. 앞서 발표됐던 A·B·C노선은 모두 서울 3대 거점역인 서울역과 청량리역, 삼성역을 거친다. 만일 김포시 거주자가 장기역에서 D노선을 이용해 서울역으로 가려면 부천종합운동장역에서 B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삼성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부천종합운동장역에서 서울지하철로 환승해 1시간쯤 더 가야 한다.
서울 연결이 불발된 이유는 낮은 경제성에 있다. 앞서 경기도와 인천시는 강남구를 거쳐 경기 하남시까지 이어지는 노선을 제안했으나 상당한 사업비가 문제로 지적됐다. 인천시가 제안한 인천국제공항과 김포시를 양 기점으로 하는 'Y자 노선'의 예상 총사업비는 10조 원에 달한다.
국토교통부가 제안한 김포~부천 노선이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다. 해당 노선 사업비는 2조1,000억 원이라 사업 타당성이 가장 높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강남과 연결되면 김포~부천 노선보다 이용 수요는 더 많아지겠지만, 사업비가 크게 올라 전체적인 비용 대비 편익(BC)은 떨어지게 된다"고 밝혔다.
지방과 투자 균형 문제도 한몫했다. 제4차 국가철도망 신규사업에 투입되는 금액이 총 54조1,000억 원인데, GTX D노선 하나에만 10조 원을 투입할 수 없다는 논리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정책·안전연구팀장은 "지자체에서 제안한 노선도 사업 타당성이 나쁘지는 않았다"면서도 "다른 지방 사업을 못하는 상황이 유발돼 지나치게 수도권 집중이 아니냐라는 비판을 받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기존 노선과 중복 문제도 있다. 특히 인천시가 제안한 노선은 인천국제공항까지 연결돼, 기존 공항철도 노선과 상당히 겹치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강남구 혹은 인천으로 D노선이 이어질 경우 서울지하철 2·9호선 및 공항철도 수요를 상당히 뺏어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강남 직행을 원했던 김포시 주민은 아우성이다. D노선을 이용하면 김포시에서 부천시까지 철도 이동시간이 기존 69분에서 15분으로 크게 단축되나, 환승 등을 고려하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날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공청회 과정에서도 D노선의 전면 수정을 요구하는 실시간 댓글이 빗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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