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열릴 도쿄올림픽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무릎꿇기’ 퍼포먼스를 볼 수 없게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내는 선수는 징계한다고 밝히면서다. 지난해 세계 곳곳에서 반(反)인종차별 시위를 초래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한 사법 단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나온 방침이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IOC는 올해 7월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기간 경기장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전파하는 선수를 ‘정치 중립성 원칙’ 규정을 토대로 제재할 계획이다. 커스티 코번트리 IOC 선수위원장은 시상대에서 무릎을 꿇는 것과 같은 표현을 하는 선수도 징계를 받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확인했다.
무릎꿇기는 농구, 미식축구같은 미 프로스포츠에서 국가연주 때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선수들의 퍼포먼스로 자주 등장했다. 미국 내 인종차별이 심해지고 이민자를 홀대하는 등 사회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였다. 이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가 있는 영국 등 다른 국가로도 번졌다. 최근에도 전 세계적으로 인종차별을 둘러싼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어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선수들이 무릎꿇기를 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컸다.
그러나 IOC는 이날 성명에서 많은 선수들이 올림픽 경기장(응답자 70%), 공식행사(70%), 시상식(67%)에서 자기 견해를 밝히거나 행동으로 내보이는 게 부적절하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41개 종목, 185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를 대표하는 선수 3,500여명이 참여한 조사를 반영해 이뤄졌다.
올림픽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 도입된 올림픽 헌장 50조는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 또는 기타 지역에서 어떠한 종류의 시위나 정치ㆍ종교ㆍ인종 관련 선동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IOC는 이미 올해 1월 해당 원칙 적용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대회운영 지침을 재확인했다. 무릎꿇기뿐 아니라 주먹 들어 올리기, 정치적인 손 모양, 완장 착용, 상징물 들기 등도 모두 금지된다.
과거 올림픽에서도 인종차별 반대나 정치적 입장이 담긴 견해를 밝혔다가 제재를 받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1968년 멕시코올림픽 당시 육상 남자 200m에서 각각 금메달, 동메달을 딴 미국의 토미 스미스와 존 칼로스는 시상대에 올라 검은색 장갑을 낀 손을 들어올리며 인종차별 반대 행위를 했다가 선수촌 퇴촌 및 메달 박탈 위기에 처했다. 2012년에는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이던 박종우가 일본과의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이 끝난 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달렸다가 IOC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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