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신DTI 보완해 청년 DSR에 미래 소득 반영
미래 소득 산출 위해 세분화한 직업별 평균소득 발굴
평균소득 증가율 한도를 제한하는 방안도 거론
정부가 청년층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3년 전 도입했다가 유명무실해진 '신DTI(총부채상환비율) 제도'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로 개편한다.
신DTI는 청년층의 미래 소득을 반영해 대출 한도를 늘려줬는데 미래 소득 산출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아 은행권의 외면을 받았다. 이에 정부는 미래 소득을 따질 때 쓰는 대출자의 평균 소득 증가율을 현행 8개 직종별에서 세부 직업별로 세분화할 방침이다.
청년 DSR에 미래 소득 반영, 반면교사 삼은 '신DTI 모델'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DSR 규제를 전반적으로 강화하는 가운데 청년에 한해 풀어주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다음 달 내놓을 예정이다. DSR는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지표다. 버는 만큼 돈을 빌리도록 한 규제로, 주담대 원리금과 다른 대출의 이자 상환액이 연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DTI보다 더 깐깐하게 상환 능력을 심사한다.
금융위는 현재 은행에 적용되는 DSR 40% 규제를 개인 차주에게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일부 개인 차주가 40% 넘는 DSR를 적용받아 대출을 늘렸던 사례를 없애 가계부채 증가를 제어한다는 구상이다.
대신 금융위는 현재 임금이 적은 청년의 DSR를 계산할 경우 연간 소득에 미래 소득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가령 30세 신입사원이 주담대를 빌릴 때 과장에 올랐을 시점의 연봉까지 감안하겠다는 의미다. 이러면 연간 소득 증가에 따라 DSR도 떨어져 대출 가능액은 오른다.
금융위는 2018년 선보인 신DTI 모델을 개선해 활용할 방침이다.
신DTI는 대출 한도를 계산할 때 연간 소득만 따졌던 DTI와 달리 미래 소득도 더해 반영한다. 신DTI 도입에 따라 시중은행은 차주의 2년간 근로소득과 직종별 평균 소득 증가율을 토대로 미래 소득을 산출하고 있다. 평균 소득 증가율은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상 연령별 월 급여액을 연도별로 비교한 값이다.
하지만 현재 은행이 활용하고 있는 평균 소득 증가율만으론 차주의 미래 소득을 정확히 따지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연령별 월 급여액은 관리자, 사무 종사자, 서비스 종사자,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 등 한국표준직업 대분류에서 제시하는 8개 직종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 종사자를 예로 들면 은행 직원과 경리 직원이 같은 평균 소득 증가율을 적용받는 상황이다.
평균 소득 증가율 한도, 은행권 자율→정부 가이드라인 제시
이에 따라 금융위는 차주의 미래 소득을 파악하기 위해 보다 세밀한 직업 단위까지 임금 정보를 발굴 중이다. 사무 종사자만 해도 대분류에서 한발 더 들어간 중분류상 직업은 △경영 및 회계 △금융 △법률 및 감사 △상담·안내·통계 등 4개로 나뉜다. 소분류, 세분류까지 치면 사무 종사자 직업은 9개, 29개로 늘어난다.
일각에선 차주의 직업을 바탕으로 대출 한도를 늘려준다면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을 많이 받는 직업 순으로 서열이 생길 수 있어서다. 차주가 속한 직업의 평균 소득 증가율과 회사 임금 증가율 간 격차가 클수록 미래 소득 산정은 현실에서 멀어지는 문제도 있다. 차주가 직업을 옮기면 미래 소득을 다시 계산해야 할지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신DTI 도입 당시 은행권 자율로 맡겨둔 평균 소득 증가율 한도를 금융위가 제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청년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차원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직업을 바꾼 청년의 미래 소득을 재산정하기 쉽지 않다"며 "직업을 잘게 쪼개 평균 소득 증가율을 따지는 건 오히려 불합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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