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이란, 나탄즈에 우라늄 농축 설비 보강"
美 고위관리 "이란 동결자금 해제 조치? 전혀"
이란 핵무장 차단 목적의 2015년 ‘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복원하기 위한 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다. 합의 형해화로 부활한 제재를 미국이 먼저 풀지 않는 이상 핵 개발을 멈출 이유가 없다며 이란이 질주를 시작했는데도 미국이 아직 적극적으로 붙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회원국에 제공하는 보고서 21일자에서 “이란의 ‘지하 우라늄 농축 시설’(FEP)에 IR-2m형 원심분리기 1,044기로 제작된 6개의 캐스케이드(다단계 구조)와 IR-4형 원심분리기 348기로 만든 2개의 케스케이드가 설치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중 상당수가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자에는 이란이 IR-2m형 원심분리기 696기, IR-4형 174기를 가동 중이라고 돼 있었다. 2종의 고성능 개량형 원심분리기가 추가 설치된 것이다.
실제 우라늄 농축에 이란이 개량형 원심분리기를 사용하면 2015년 7월 타결된 핵합의 위반이다. 그러나 11일 나탄즈 핵 시설에서 이스라엘이 유력한 배후인 외부 공격으로 폭발 사고가 벌어진 뒤 14일 이란은 대응 조처로 나탄즈 시설에 IR-4ㆍIR-6 등 개량형 원심분리기로 구성한 캐스케이드 2개를 추가 설치하고 60% 농도 우라늄 농축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뒤 실행에 착수했다. IAEA도 17일 이란이 나탄즈 시설에서 농도 60% 육불화우라늄(UF6)을 생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확인했다. JCPOA상 이란이 우라늄 농축에 사용 가능한 원심분리기는 IR-1형 6,104기다.
‘마이웨이’를 포기시킬 방법은 간단하다. JCPOA를 원상 그대로 되살리고 당사국들이 이행을 재개하는 것이다. 이란 정부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21일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많지도 적지도 않은 ‘JCPOA의 완전한 이행’을 원한다. ‘JCPOA 플러스’는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2015년 합의 외에 추가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이란이 바라는 원상 복구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 당시 미국이 JCPOA를 탈퇴하며 복원은 물론 추가까지 된 대(對)이란 경제 제재의 일괄 해제다. 로하니 대통령은 “완전한 제재 해제와 이에 대한 검증이 이뤄진다면 이란은 핵합의 이행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합의 보완을 위한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무장 단체 지원 문제 등까지 포함된 새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역내 미 우방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협상 첫 회의 당시 제재로 동결된 이란 자금 일부를 푸는 방안이 미국 측 협상 카드로 제시됐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지만 아직 미국도 물러나 앉아 있는 상태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국무부의 고위 관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70억달러(7조7,000억원)가량인 한국 내 이란 동결 자산의 해제와 관련해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관리는 또 협상에서 미국과 이란 간의 의견 불일치가 지속되고 있는데, 미국이 어떤 제재를 철폐해야 할지와 이란이 핵 프로그램 억제 의무 재이행을 위해 어떤 조처를 해야 할지에 관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 및 영국ㆍ프랑스ㆍ러시아ㆍ중국ㆍ독일 등 JCPOA 참가국 대표단은 유럽연합(EU) 중재로 6일부터 빈에서 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란의 거부로 미 대표단은 인근 호텔에 머물며 협상에 간접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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