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한국은행이 제 역할을 다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데다 '팩트'마저 틀리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21일 윤 위원장은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새로운 도약, 금융의 역할은'이라는 주제의 '상생과 통일 포럼' 토론회에 참석해 "지난해 한은이 8조 원 정도의 출자를 하기로 했었는데, 5분의 1밖에 약속 이행을 하지 않은 것을 얼마 전 확인했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한은이 조금 더 적극적인 뒷받침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윤 위원장이 언급한 한은의 '약속 미이행'은 지난해 5월 정부와 한은, 산업은행이 함께 설립한 최대 10조 원 규모의 기업유동성지원기구(특수목적기구·SPV)와 관련돼 있다. 이 SPV는 코로나19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을 차단하기 위해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당시 한은은 SPV에 8조원을 대출해 재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SPV는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올해 1월까지 6개월간 증권을 매입하기로 했다. 기업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졌을 때 SPV에 대출을 요청하면 한은이 대출을 해주는 구조다.
그런데 예상보다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되면서 SPV의 회사채 및 CP 매입 수요가 빠르게 줄었다. 특히 올해 초부터는 회사채·CP에 대한 매입 수요가 견고해지면서 SPV가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매입)수요가 불충분한 경우 SPV가 매입할 수 있으나, 최근 이런 사례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국내 회사채 시장이 빠르게 안정되면서 올해 3월 말 기준 SPV에 대한 한은의 대출 규모는 3조 2,000억 원에 그쳤다. 예정했던 8조원 대비 40% 수준으로, 윤 위원장이 주장한 "5분의 1에 그쳤다"는 말도 사실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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