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실내극장 애관극장, 코로나19에 직격탄
애사모 "한국 극장史 상징인 애관극장 보존해야"
이희환 대표 "인천시가 매입해 문화공간으로 키워야"

국내 최초 실내극장인 '애관극장'의 매각설이 확산하자 20일 오전 인천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이 인천시 중구 애관극장 앞에서 극장 보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1895년 인천시에서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실내극장인 '애관극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위기로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인천시민들과 사회단체는 이에 애관극장은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보존해야 한다며 애관극장 살리기에 나섰다.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모임(애사모)에서 활동하는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대표는 21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애관극장이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매각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불어닥쳐 시민들과 함께 애관극장을 보존하려고 나섰다"며 이같이 밝혔다.
애사모는 20일 애관극장 앞에서 극장 폐관을 막고 보존 필요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존폐 위기에 빠진 애관극장을 지키기 위해선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제일 큰 1관 문 닫은 지 1년 넘어"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인천시민들 모임이 공개한 한국전쟁 전 인천 애관극장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애사모가 애관극장 지키기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1월 민간 건설업체가 새 빌딩을 짓기 위해 애관극장을 매입할 것이란 소문이 퍼졌다. 이에 인천 시민들과 문화계 활동가, 인천지역 4개 시민단체 등 40여 명은 애사모를 결성하고 매입 반대 운동에 나섰다.
애사모가 움직이자 인천시도 애관극장을 지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인천시는 그때도 (애관극장을 살리고자) 많이 검토한 것 같고, 이번에도 또다시 검토 중인 것 같다"며 "인천시 담당 국장이 저희와 만나 함께 대책을 모색해보자고 연락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금의 위기는 3년 전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장기화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는 "다섯 개 극장관을 운영 중인데,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손님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제일 큰 1관은 운영 경비 절감을 위해 문을 닫은 지 1년이 넘었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인천 시민들과 문화계 인사들은 애관극장을 고향이자 인생을 함께한 추억, 인천의 역사로 기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애사모는 애관극장을 영구 보존하고 공공장소로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부동산 관점 접근 안 돼…애관에서 함께 영화 보자"

1950년대 인천 애관극장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 대표는 애관극장이 인천의 상징적인 장소로 의미가 남다른 만큼, 인천시가 예산을 투입해 인천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애관극장은 낡은 원도심에 오래된 건물이라고 하는 부동산적 관점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한국의 극장사, 인천의 근대역사문화를 함축하고 있다"며 "그야말로 인천의 자부심이자 한국의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애관극장을 살리고 인천시민이 다시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애관극장 영화 보기' 운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한 달에 한 번 애관극장에서 영화 보기 운동을 펼치고, 가치와 활용방안을 찾는 토론회, 애관극장 역사를 담은 책자 발간 등을 시도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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