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성폭력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장례를 기관장으로 치르게 한 책임자를 오세훈 서울시장이 인사조치한 데 대해 서울시의회가 '매우 유감' 입장을 내놨다. 양 측이 '업무 상호협력'이라는 신사협정을 맺은 지 이틀 만으로, 오 시장 취임 후 2주 가까이 순항하던 서울시와 시의회 관계에 노란불이 켜졌다.
시의회는 21일 입장문을 내 “임시회 진행 중에 시의회와의 소통 없이 인사발령을 낸 것은 소통과 화합을 지향하기로 한 약속을 무위로 돌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최선 시의회 대변인은 “의정활동에 큰 불편함을 초래하고 시민 권익까지 침해할 수 있는 조치”라며 “6월에 정기인사를 앞둔 집행부의 이 같은 결정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시의회의 유감 표명에 서울시는 “유례없는 일”이라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 관계자는 “시의회 사무처장 등 시의회와 관계된 직무라면 인사 전 상의를 하지만 집행부 간부에 대해선 지금까지 한 번도 상의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시의회는 임시회 기간 중 상의 없이 인사 조치를 한 것에 대한 항의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례적인 유감 표명을 두고 민주당 시의원이 대다수인 시의회가 여당 출신의 시장 장례식 및 분향소 책임자의 인사 조치에 항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전체 시의원 110명 중 101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앞서 임시회가 개회한 19일 서울시는 행정국장, 도시교통실장, 상수도사업본부장 등 2급 간부 3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시의 주요 보직인 행정국장에서 상수도사업본부장으로 밀려 난 김태균 행정국장은 박 전 시장 장례식을 기관장으로 치르고 서울광장에 시민 분향소를 설치하는 실무를 총괄한 인물이다. 최 대변인은 “좌천 인사인 건 맞지만 시장 고유권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시의회는 오 시장과 협치를 해나가기 위해 내곡동 땅 행정사무조사 안건을 잠정 보류했고, 취임한 지 얼마 안 됐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임시회에서 진행하려 했던 시정 질문을 오는 6월 정례회로 미룬 바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