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의 경영권 분쟁이 법정 공방에 돌입했다. 주주총회에서 장남이 ‘판정승’한 한국타이어의 '형제의 난'이 2라운드에 들어선 셈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50단독(이광우 부장판사)은 21일 오후 2시 5분부터 50분까지 약 45분간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문을 열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 심문엔 조 회장이 대리인과 함께 직접 출석했다. 반면 심판을 청구한 조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을 포함해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과 차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은 불참했다.
성년후견은 나이가 많거나 질병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에 대해 후견인을 정해 경영 등 중요한 사항을 결정토록 하는 제도다. 조 이사장은 지난해 7월 부친이 차남인 조 사장에게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의 주식 2,194만2,693주를 2,400억 원 상당으로 매각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이유에서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이날 심문은 재판부와 소송대리인들이 조 회장이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지, 회사 경영 관련 사무처리를 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문답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수행원의 부축을 받지 않고 법정에 출석했다. 외견상으로는 ‘건강이상설’을 일축시킬 만큼 건강해 보였다. 다만 취재진의 각종 질문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조 회장은 심문 이후 서울가정법원과 업무 제휴된 서울대병원, 국립정신건강센터, 서울아산병원 중 한 곳에서 신체감정을 받게 된다.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성년후견 청구가 인용되면 조 사장에게 지주사 지분을 매각한 조 회장 결정에 효력이 없어 후속 민사소송이 제기될 전망이다. 또 지분 매각이 무효화되지 않더라도 향후 조 회장의 조 사장에 대한 재산 증여가 막히면서 경영권 승계엔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반면 청구가 기각되면 조 사장 승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때문에 장녀인 조 이사장과 장남인 조 부회장은 이번 성년후견 청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 부회장이 최근 대표이사에서 사임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된 것 같지만, 이번 성년후견 청구를 계기로 본격적인 승계 싸움이 펼쳐지게 될 것”이라며 “성년후견 개시가 받아들여지면 상속에 대한 결정권이 후견인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이미 매각한 지분을 재입할 수도 있어 형제의 난이 장기전으로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열린 주총에선 장남인 조 부회장이 ‘판정승’을 거둔 바 있다. 사외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을 뽑을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각 3%씩 제한하는 ‘3%룰’ 덕분에 19.3% 지분을 가진 조 부회장이 42.9% 지분을 가진 조 사장과의 표대결에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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