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계약 조건으로 클럽 식당 이용 내걸어
상인들 "손님 빼앗아가, 매출 타격" 반발
코로나 사태로 해외 골프투어가 중단되면서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는 국내 일부 골프장들의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 그린피, 카트피, 캐디피 등 이른바 ‘스리 피’ 인상에 이어 클럽하우스 식사를 끼운 상품을 내놓으면서 인근 식당가들은 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다. 골프장 주변 식당들은 “들어설 땐 상생을 강조하던 골프장들이 주민들 밥그릇까지 뺏으려 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20일 경기 포천의 한 도로. 대중제 골프장 2곳으로 가는 이 도로 주변엔 골프장 비판 현수막 20여장이 내걸렸다. “지역 상권 죽이는 강제 식사조항 없애라.” “갑질경영 그만하고 지역상권 보호하라” 등의 주변 풍광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격한 문구를 담고 있다. 지역 상인들과 주민단체들이 내건 것이다.
이 마을의 A골프장(27홀 규모)은 지난해 신규 연간 단체팀을 모집하면서 계약조건에 클럽 내 식당 이용을 조건으로 달았다. 단체팀이란 연중 일정 팀 이상이 골프장 이용에 대해 계약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곳 골프장의 식대는 1인당 적게는 1만2,000원에서 많게는 2만원이 넘는다.
골프장 연간 회원들이 매출의 상당 비중을 차지했던 인근 식당들은 “날벼락 같은 일이 생겼다”며 반발했다. 한 한식집 운영자는 “골프장이 식사권 의무 사용을 시행하면서 봄 시즌인 지난달 비슷한 코로나 상황에서 작년에 비해 매출이 30%가까이 떨어졌다”며 “일부 식당은 매출이 70%이상 감소해 직원들을 내보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포천시에 골프장의 이런 영업행태를 바로 잡아 줄 것을 요청하는 민원도 냈다.
골프장들의 이 같은 행태는 전국적이다. 충청 지역 일부 골프장들은 연간 이용료에 식사권을 포함해 단체팀 계약을 맺고 있고, 경북 한 골프장은 예약 조건으로 2만원 상당의 골프장 내 식당 이용 의무조항을 내걸기도 했다. 한 골퍼는 “어떤 골프장은 연간 부킹 조건으로 식사권에 용품 구입비까지 1인당 5만원 이상씩 뒤집어씌우는 경우도 있다”며 혀를 찼다.
골프장의 이런 영업방식은 일반 예약자에게도 마찬가지다. 가평의 B골프장은 지난해부터 그린피에 식당 이용료를 포함해 받고 있다. 포천의 C골프장 역시 수년 전부터 조식, 중식비가 포함된 그린피를 받고 있다. 골프장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식당 주인은 “골프장이 밥 장사까지 하면서 인근 상인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골프장에 하소연 해도 반응이 없어 입만 아프다"고 말했다.
이에 A골프장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에다 상인들의 반발도 있어 지난달부터 클럽하우스 내 식당 의무 사용을 시행하지 않고 유예했다”며 “연간 계약 신청이 몰리는 상황에서 수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골프장 입장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A골프장은 골프 대중화를 위해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고 있는 대중제 골프장이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신종 코로나 덕분에 회원제 골프장 이용료를 능가하는 대중제 골프장들이 늘고 있고, 이들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1%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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