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작은 플라스틱 모아 '열쇠고리·컵받침' 재탄생, 폐기물 죄책감 줄인다

입력
2021.04.20 15:20
수정
2021.04.20 16:25
0 0

플라스틱 방앗간, 소비자들 호응 갈수록 커져
작은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사업, 지역마다 확대돼야

플라스틱 방앗간이 시민들로부터 모아 제작한 재활용품들. 향초 받침(인센스 홀더), 열쇠고리, 컵받침, 벽고리 등 작은 플라스틱 제품이라면 품목과 관계없이 만들 수 있다. 송진호 인턴기자

플라스틱 방앗간이 시민들로부터 모아 제작한 재활용품들. 향초 받침(인센스 홀더), 열쇠고리, 컵받침, 벽고리 등 작은 플라스틱 제품이라면 품목과 관계없이 만들 수 있다. 송진호 인턴기자

“작은 플라스틱이 재활용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노가 크다는 걸 실감해요. 이런 관심이 이어진다면 지역 단위의 소규모 재활용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지난 12일 서울 중구의 사무실에서 ‘플라스틱 방앗간’을 운영하는 서울환경연합 김자연 활동가는 9개월간의 소회를 이같이 말했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환경단체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진행하는 재활용 프로젝트다. 현행 대규모 공공 재활용시스템이 놓치는 ‘작은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게 골자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의 플라스틱 방앗간 사무실에서 김자연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사진 왼쪽)와 조민정 노 플라스틱 선데이 실장(오른쪽)이 재활용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현종 기자

지난 12일 서울 중구의 플라스틱 방앗간 사무실에서 김자연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사진 왼쪽)와 조민정 노 플라스틱 선데이 실장(오른쪽)이 재활용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현종 기자


공공 시스템이 놓치는 작은 플라스틱 모아… 고품질 소량생산 '업사이클링'

‘저품질 대량 생산’ 구조인 현행 공공 재활용 시스템은 작은 플라스틱을 골라내지 못한다. 재활용을 하려면 플라스틱을 재질별로 손수 분류해야 하는데, 톤 단위로 취급하다 보니 작은 플라스틱까지 일일이 선별할 수가 없다.

반면, 플라스틱 방앗간은 작은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해 ‘고품질 소량생산’을 택했다. ‘참새클럽’이라 불리는 시민들로부터 작은 플라스틱을 모으고, 이를 정교하게 재가공해 부가가치를 붙여 판매하는 식이다. 작은 플라스틱을 소량으로 다루는 대신 완성품의 품질을 높이는 '업사이클링' 전략이다.

서울 양천구의 한 재활용 선별장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쌓인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질별로 골라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양천구의 한 재활용 선별장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쌓인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질별로 골라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를 위해 플라스틱 방앗간은 프로젝트 초기부터 디자인 업체 '프래그랩'의 브랜드 '노 플라스틱 선데이'와 협업하고 있다. 플라스틱 방앗간이 참새클럽을 통해 폐플라스틱을 모으면, 디자인 업체인 노 플라스틱 선데이가 이를 넘겨 받아 재활용 제품을 제작·판매하는 식이다. 대신 노 플라스틱 선데이는 수익금의 10%는 서울환경연합에 기부하고, 완제품 일부를 참새클럽에게 보상으로 돌려준다.

조민정 노 플라스틱 선데이 실장은 “폐플라스틱이라도 재질ㆍ색깔별로 정교하게 분리할 수 있다면 새것 못지 않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며 “작업에 필요한 폐플라스틱을 플라스틱 방앗간을 통해 공급 받아 업사이클링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방앗간과 노 플라스틱 선데이가 공유하는 사무실 내 재활용 작업실에서 소속 직원들이 분쇄한 폐플라스틱 조각을 사출기에 넣고 있다. 플라스틱 방앗간이 시민들로부터 작은 플라스틱을 수거하면, 노 플라스틱 선데이가 이를 넘겨 받아 제품을 만들고 판매한다. 작업은 플라스틱을 분쇄기에 넣어 조각으로 만든 다음 사출기에 넣고 녹이는 식으로 진행한다. 액체 상태의 플라스틱이 금형 틀에 들어가 굳으면 열쇠고리·벽고리·컵받침 등으로 재탄생한다. 김현종 기자

플라스틱 방앗간과 노 플라스틱 선데이가 공유하는 사무실 내 재활용 작업실에서 소속 직원들이 분쇄한 폐플라스틱 조각을 사출기에 넣고 있다. 플라스틱 방앗간이 시민들로부터 작은 플라스틱을 수거하면, 노 플라스틱 선데이가 이를 넘겨 받아 제품을 만들고 판매한다. 작업은 플라스틱을 분쇄기에 넣어 조각으로 만든 다음 사출기에 넣고 녹이는 식으로 진행한다. 액체 상태의 플라스틱이 금형 틀에 들어가 굳으면 열쇠고리·벽고리·컵받침 등으로 재탄생한다. 김현종 기자


3차 모집 30초 만에 마감… 재활용품 제작 문의도 줄이어

작은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호응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특히 플라스틱을 모아 보내는 시민들이 폭발적으로 몰렸고, 업사이클링 제품을 제작ㆍ구매하려는 업체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지난달 제 3차 참새클럽 6,000명을 모집했는데 약 4만5,000명이 지원했다. 모집 마감까지는 30초가 채 안 걸렸다.

지난해 7월과 9월에 진행한 1·2차 모집에도 총 4,000명이 참여했다. 1·2차 4,000명이 수거한 플라스틱만 약 800kg. 병뚜껑 갯수로 환산하면 약 26만5,000개다.

김자연 활동가는 “본인이 만든 폐기물뿐만 아니라 주거지를 돌며 폐기물을 모아 보냈다는 시민들도 있었다”며 “작은 플라스틱을 어떻게든 재활용하고 싶어하는 시민들이 모집 정원의 8배 가까이 몰리는데도 이를 감당할 재활용 시스템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방앗간의 참새클럽 모집 이미지. 플라스틱 방앗간 홈페이지 캡처

플라스틱 방앗간의 참새클럽 모집 이미지. 플라스틱 방앗간 홈페이지 캡처

노 플라스틱 선데이에 제품 제작을 의뢰하는 업체들도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보통 소규모 자영업자들이나 환경 관련 사회적 기업ㆍ단체들이 제품을 의뢰한다. 비누 받침·벽 고리·원반·열쇠고리·컵받침·로프 고리 등 품목도 다양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업 교육을 목적으로 사출기ㆍ분쇄기를 주문하기도 한다.

조민정 실장은“친환경 경영을 생각하는 자영업자들의 문의가 생각보다 많다”며 “최소 주문량이 100~200개인 일반 플라스틱 성형업체와 달리, 20~30개 단위 소량주문을 받는 것 역시 소규모 재활용 업체를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재활용 산업으로 확장돼 작은 플라스틱 대안 됐으면"

플라스틱 방앗간의 최종 목표는 이런 소규모 재활용 사업자가 지역 곳곳에 형성되는 것이다. 플라스틱 방앗간 같은 폐플라스틱 수거 공간과, 노 플라스틱 선데이 같은 재활용품 제조 업체, 재생 플라스틱 제품을 의뢰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 작은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산업 생태계가 이어지는 식이다.

김자연 활동가는 “실제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한 사업을 하려면 어떡해야 하냐'는 문의가 많다"며 "어떤 곳이 폐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있는지, 재활용 설비는 어떻게 사야 하고 재활용품 제조는 어디에 맡겨야 하는지 안내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홈페이지에 이 같은 내용의 업사이클링 업체 42곳을 소개하고 있다. 또 이달 3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마포구에서 재활용 과정을 안내하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조민정 대표는 "환경에 관심있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고 싶거나 재활용 사업을 하고 싶어하는 분들께 관련 정보를 주고 싶다"며 “지자체나 지역의 사회적 기업을 중심으로 작은 플라스틱을 자원화하는 장소들과 업사이클링 업체가 선순환하며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