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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 키운 ‘파란 피’ 동생들, K리그를 호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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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 키운 ‘파란 피’ 동생들, K리그를 호령하다

입력
2021.04.20 15:4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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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의 남다른 유스 시스템?
학생 때부터 ‘파란 피 형제’ 멘토링 인연
‘시즌 3골’ 정상빈, 중1부터 “염기훈 형”
‘1골 1도움’ 강현묵은 최성근이 멘토

수원삼성의 강현묵(가운데·14번)이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울산현대와의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정상빈(맨 왼쪽·29번) 등 동료선수들과 환호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삼성의 강현묵(가운데·14번)이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울산현대와의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정상빈(맨 왼쪽·29번) 등 동료선수들과 환호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시즌 초반 수원삼성의 기세가 매섭다. 개막 후 5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리며 리그 상위권을 꿰찼다. 최근에는 부진하나 싶었는데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한 울산현대를 3-0으로 대파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못해 우려도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수원맨’들의 활약이 기대 이상이다. 올 시즌 수원의 득점 12골 가운데 제리치 1골, 최정원 1골을 제외하면 모두 오랜 기간 팀에 있던 선수들이 일궈냈다.

특히 수원 유스팀(매탄고) 출신 루키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7골이 매탄고 출신 선수들의 발끝에서 나왔다. 정상빈(19)은 이번 시즌 ‘슈퍼루키’ 자리를 예약했다. 불과 3개월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정상빈은 올해 데뷔전과 그다음 경기에서 상대 선수 다리 사이를 통과하는 연속 원더골로 존재를 각인시켰다. 시즌 3골로 매탄고 선배 김건희(26)와 함께 수원에서 가장 많은 골을 기록 중이다. 강현묵(20)은 지난 18일 울산전에서 1골 1도움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골키퍼 조현우가 쳐낸 공을 먼 거리 논스톱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에는 1년 후배 정상빈과의 영리한 패스 플레이로 쐐기골을 합작했다.

데뷔한 지 1년도 안 된 선수들이 바로 프로무대에서 뛰어난 기량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유스팀 시절부터 구단과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하는 수원의 유스 시스템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수원은 서정원 감독 시절인 2013년부터 ‘블루 블러드 브라더스’라는 이름의 멘토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프로선수 1명당 2~3명의 유소년 선수를 맺어줘 축구나 경기에 대한 경험을 전수하도록 한 것이다. 이들의 관계는 축구에 한정되지 않는다. 함께 외식이나 취미활동도 하고 여러 고민도 들어준다. SNS를 통해 수시로 연락하며 형 동생으로 지낸다. 멘토링 제도 이름처럼 ‘파란피 형제’로, ‘수원맨’으로 자라난다.

중학교를 막 졸업한 정상빈(오른쪽)이 2018년 1월 염기훈(왼쪽)과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참여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수원삼성 제공

중학교를 막 졸업한 정상빈(오른쪽)이 2018년 1월 염기훈(왼쪽)과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참여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수원삼성 제공

정상빈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수원의 중심’ 염기훈(38)이 멘토를 맡았다. 수 차례 K리그 도움왕을 차지한 ‘대스타’지만 정상빈은 그를 형이라고 불렀다. 2018년 1월에는 함께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염기훈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주기적으로 만나서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며 봐왔던 동생이다. 그래서인지 잘해줘서 너무 뿌듯하고 내 일처럼 기분이 좋다”고 했다. 강현묵은 수비형 미드필더 최성근이 멘토였다. 수원 관계자는 “아무리 지도자들이 가르친다고 하더라도, 프로선수들이 멘토를 해주는 것과는 다르다. 멘토링 프로그램이 확실히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리얼블루’ 박건하 감독은 유스팀 출신 어린 선수들을 큰 경기에 중용하면서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강등 위기까지 몰렸던 수원을 다시 뭉치게 한 박 감독은 올 시즌 목표를 우승으로 삼으면서 그들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그는 동계 훈련 당시 인터뷰에서 ‘새로 영입된 선수가 별로 없다’는 지적에 “젊은 선수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그들이 커 줘야 더 강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울산전에는 매탄고 출신 5명이 선발 출전했다. 박 감독은 승리한 뒤 “선수들을 믿었다.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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