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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심? 민심? 핵심은 실력과 성과다

입력
2021.04.21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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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2030의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선거가 끝나면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은 으레 패배의 원인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둘러싸고 한바탕 내홍을 겪기 마련이다.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큰 차이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당 쇄신 방향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들이 표출되면서 여러 가지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그중 눈길을 끌었던 사건은 5명의 20~30대 젊은 초선의원들이 재보선 참패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이후 당원과 지지자들로부터 수천 통씩의 문자 폭탄을 받았던 일이다. 물론 초선의원들이 발표한 입장문과 그에 항의하는 문자의 내용과 형식을 두고 어느 쪽이 옳고 그른가는 각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릴 것이다. 다만 초점을 맞추고 싶은 부분은 일련의 사건이 다시 소환한 당심과 민심 사이의 관계라는 해묵은 논쟁이다.

바람직한 정당정치의 모습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합의된 바가 없다. 그러나 정당이 유권자들이 인식할 수 있는 정치적 지향점을 제시하고, 이에 기반한 일관된 정책과 공약을 내세워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당정치의 핵심은 정치적 지향점을 공유하는 당원, 특히 그 중에서도 당비를 내고 정당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소위 ‘진성당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정당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선거를 통한 집권이며, 이를 위해서는 당원과 열성 지지자에 국한되지 않는 광범위한 공감과 지지를 추구해야 한다. 이 부분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정당이라기보다는 팬덤이나 컬트라고 불려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당심과 민심 사이의 관계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며, 주요한 의사결정의 순간마다 정당이 직면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당심과 민심이 다르지 않다고 강변하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당심을 민심으로 포장하는 것은 대개 위기 상황에서 머리만 모래 속에 처박고 자신이 숨었다고 생각하는 타조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덮어놓고 민심을 추종하는 것이 답이 될 수도 없다. 사실 민심이라는 것은 실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그 뒤를 좇다 보면 지향점에 도달하기 위한 방향감각을 상실하기 십상이다.

교과서적인 말이기는 하지만 당심을 중심에 두되 민심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지속해야 한다. 다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설득의 초점이다. 단순히 우리가 추구하는 지향점이 옳다고 반복적으로 소리를 높이는 것으로는 민심의 폭넓은 지지를 얻기는 요원할 뿐이다. 왜 우리의 진정성을 이해하지 못하냐고 한탄하는 것은 오만과 독선의 다른 모습일 뿐이다. 필요한 것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지향점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동참했을 때 유권자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직접 보여주고 피부로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지향점 자체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지향점에 반드시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를 축적해가는 것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혁이냐 민생이냐는 그다지 의미 있는 논쟁이 아니며, 결국 유권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실력과 내용일 뿐이다. 그리고 내년 투표를 앞둔 유권자들이 다시 한번 물어볼 질문은 과연 지난 5년간 한국 사회와 내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가일 것이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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