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예 조치에 금융권 부실채권비율 줄었지만
상호금융, 저축은행은 3개월 이자 연체 대출 증가
"올해 9월 이후 '부채 위기' 현실화할 수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정부의 대출만기 연장,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시행 중임에도 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출 건전성에 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대규모 금융지원에 힘입은 금융권 전반의 이례적인 연체율 하락 현상 속에서도,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는 3개월 이상 이자도 못 내는 대출자가 최근 1년 새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지원이 올해 9월 말 종료될 경우, 4분기부터는 2금융권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부채의 역습’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지원에도 2금융권 부실규모 더 늘어
19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중·지방·특수·인터넷전문은행 등 1금융권의 2020년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규모(13조9,000억 원)는 1년 전보다 1조4,000억 원 감소했다.
통상 금융기관은 대출을 건전성 수준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하는데, ‘고정' 단계 아래의 대출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은 적어도 3개월 이상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부실 우려가 큰 대출을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신용도 높은 고객을 취급하는 은행권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분모인 총 대출이 늘고, 정부의 금융지원으로 분자인 고정이하여신까지 줄면서 작년말 부실채권비율(0.64%)이 2019년 말(0.77%)보다 오히려 0.13%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의 상황은 달랐다. 이들 역시 지난해 총 대출 규모가 크게 늘면서 부실채권비율은 2019년 말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은행권과 달리 늘어났다. 윤 의원은 “코로나19 같은 위기 시에는 대출수요 증가로 부실채권비율이 자연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부실규모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호금융·저축은행, 부실여신 8000억 원 늘어
실제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말 7조4,633억 원에서 지난해 말 8조1,148억 원으로 6,515억 원 증가했다. 저축은행도 지난해 말 고정이하여신이 3조2,991억 원으로 전년(3조624억 원) 대비 2,367억 원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건전한 대형 저축은행도 예외는 아니어서 자산순위 1·2위인 SBI·OK 저축은행은 만기연장·이자유예 조치가 적용된 지난해 2분기 고정이하여신 규모가 소폭 감소했지만, 3분기부터 다시 늘었다.
"올해 9월 이후 저신용자 부채위기 현실화 우려"
2금융권 대출의 부실규모 증가는 최근 거론되는 이른바 'K자형 회복'의 방증일 수 있다. 신용도 높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은행권 대출은 정부의 유예조치로 부실 규모까지 줄어들 수 있다. 반면, 2금융권을 이용하는 자영업자·중소기업 등 중·저신용 차주는 코로나19 직격탄을 견디지 못하고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 부실규모를 늘리는 셈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금융지원에도 못 버티는 차주가 늘고 있다는 신호”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지원이 종료되는 9월 이후 부채 위기가 본격화될 우려가 있다고 본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2금융권이 포스트 코로나19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어 세밀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창현 의원은 "원금 및 이자 납부가 재개되는 9월부터 시중금리 인상과 맞물려 부채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며 "2금융권 부채 문제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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