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33벌… 버리니까 입을 옷이 더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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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간 33벌… 버리니까 입을 옷이 더 많아졌다

입력
2021.04.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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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옷장 정리

편집자주

코로나19로 집안에 콕 갇혔나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단조롭고 답답한 집콕생활에 조금이나마 활기를 더해보는 건 어떨까요? 격주 수요일 ‘코로나 블루’를 떨칠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소개합니다.

빽빽하게 옷을 걸어두었던 옷장에 숨 쉴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옷을 획기적으로 정리한 많은 이들이 옷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옷으로 가득 찬 옷장을 열 때마다 스트레스였죠. 입을 옷만 남겨두니까 고르는 재미도 있고, 옷은 더 잘 입게 됐어요.”

회사원 최단비(29)씨는 올 초 옷장을 정리했다. 가지고 있는 300여 벌 중에 입을 옷 33벌만 추렸다. 3개월간(한 계절) 옷을 사지 않고 33벌로 돌려 입는 ‘프로젝트 333’의 실천이다. 방한용 점퍼 등 외투 2벌과 출근할 때 입는 재킷과 슬랙스 2벌, 좋아하는 원피스와 치마 3벌을 가장 먼저 골랐다. 이어 잠옷과 운동복을 더하니 금세 10벌이 넘었다. 본격적인 고민은 평소에 입을 옷을 고르는 것이다. 평소 튀는 색상의 옷을 좋아했던 터라 고르는 게 쉽지 않았다. 최대한 많이 활용할 수 있는 무채색 계열의 티셔츠 몇 벌과 무난한 색상의 니트, 맨투맨, 후드티 등을 추가했다. 바지는 청바지와 핑크 바지, 검정 바지 등 5벌을 선택했다. 가방은 출근할 때 매는 백팩과 경조사에 들 작은 핸드백, 달랑 2개만 남겼다. 이렇게 추린 33벌로 지난 겨울을 보낸 최씨는 최근 가짓수를 더 줄였다. 최씨는 “지금은 33벌 중에서도 안 입는 옷이 생겼다”며 “옷으로 가득 찬 옷장을 열 때마다 스트레스였는데, 입을 옷만 남겨두니까 오히려 고르는 재미가 있고, 옷은 더 잘 입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옷장을 비울수록 옷 고르기가 더 쉬워진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이 없다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이 없다’는 고전적인 미스터리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반복된다. 때마침 백화점에선 정기세일을 한다. 안 살 이유가 없다. 최신 유행에 맞춰 옷을 산다. 유행은 한 철을 넘기지 못한다. 옷은 쌓이고 지갑은 비는 이 무한 반복을 끊으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줄어든 데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도 크다.

21일간 7가지 미션을 통해 옷장을 비우는 프로젝트 ‘217미니멋 프로젝트’를 운영 중인 이문연 스타일 코치(행복한 옷 입기 연구소 대표)는 “옷이 과잉 생산, 소비되다 보니 옷을 고르고, 관리하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옷을 정리하는 과정은 자기를 알아가고,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옷장을 400여 벌로 채웠던 30대 회사원 이모씨도 최근 ‘217미니멋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씨는 “안 입는 옷을 좀 버리고 싶었는데 뭘 버려야 할지 고르기가 막막했다”며 “과거 추억이 있는 옷이나 자주 입진 않지만 소장하고 싶은 옷은 많은데 막상 매일 입을 옷은 없고, 가득 차 있는 옷장을 볼 때마다 스트레스였다”고 했다. 그는 7가지 미션 중 △나의 매력 쓰기 △자주 입는 옷 33벌 고르기 △고른 옷 분석하기 △일주일 코디 룩 만들기 등 4가지 미션을 따라 했다. 그의 ‘옷장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은 옷들은 대체로 깔끔하고 편안한 기본 컬러의 심플한 디자인의 옷들이 많았다. 이씨는 “좀 불편해도 디자인이 독특하거나 예쁜 옷이 많았지만 정작 잘 안 입는다는 걸 깨달았다”며 “옷 정리를 하면서 옷보다는 나에게 더 잘 어울리고, 나를 빛나게 해주는 옷을 입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옷장에서 33벌의 옷을 추렸다면 하나씩 옷걸이에 걸어 사진을 찍어두는 게 좋다. 행복한 옷 입기 연구소 제공


33벌의 옷을 살펴보면 평소에 즐겨 입는 스타일을 알 수 있다. 행복한 옷 입기 연구소 제공


옷을 고를 때는 다양한 코디를 해보는 게 중요하다. 행복한 옷 입기 연구소 제공


33벌이지만 33벌처럼 안 보이게

안 입는 옷이 수두룩해도 막상 버리려면 머뭇거려진다. 이문연 코치는 일단 번거로워도 가지고 있는 옷을 꺼내 증명사진처럼 옷 사진부터 찍을 것을 추천했다. 그다음에는 현재 계절에 맞는 옷 중에 △자주 입고 좋아하는 옷 △자주 입지만 좋아하지 않는 옷 △좋아하지만 잘 안 입는 옷 △좋아하지 않고, 잘 안 입는 옷 등 네 가지로 분류한다. 그러면 남길 옷과 버릴 옷이 보다 명확해진다. 이 코치는 “옷장을 무조건 비우고, 옷을 줄이는 게 목표가 아니다”라며 “핵심만 남기고 정리해서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간신히 33벌을 골랐더니 주변에서 “왜 맨날 입는 옷만 입냐”는 핀잔을 듣는다면 반만 성공이다. 이 코치는 “찍어놓은 옷 사진으로 다양한 코디를 해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라며 “보통 청바지, 티셔츠 등 아이템별로 세 가지 정도 있어야 질리지 않게 다양한 연출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갖고 있는 옷 사진을 올리면 코디를 추천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옷 정리는 단순히 낭비를 줄이는 청소의 일환이라기보다 궁극적으로 스스로를 이해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코트니 카버 ‘프로젝트 333’의 창립자는 홈페이지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법을 소개하며 “당신은 옷 입는 즐거움과 성취감, 만족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매일 아침 옷을 고르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그 시간을 더 유익하게 보낼 수 있다”고 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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