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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 프로젝트' 공포

입력
2021.04.19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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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인간과 원숭이의 세포가 공존하는 키메라 배아. 붉게 염색된 부분이 사람 세포. /쿤밍과기대 제공

인간과 원숭이의 세포가 공존하는 키메라 배아. 붉게 염색된 부분이 사람 세포. /쿤밍과기대 제공

미국 중국 스페인 공동 연구팀이 사람 줄기세포를 원숭이 배아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지난주 국제학술지 ‘셀’에 실렸다. 사람 피부세포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긴꼬리원숭이 배아 132개에 각각 25개씩 이식했는데, 19일이 흐른 후에도 3개 배아에 사람 세포가 생존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사람 세포가 원숭이 세포에 통합돼 특정 장기로 성장시킬 방법을 찾았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이 연구는 ‘키메라’ 장기 프로젝트 중 하나다.

□ 키메라는 사자의 몸통에 사자와 염소 머리가 달려있고, 꼬리는 머리 달린 뱀 모양의 그리스 로마 신화 속 괴물이다. 이처럼 한 생물 안에 다른 유전형질을 갖춘 새로운 동식물을 만드는 연구를 키메라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상상만으로도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인간 유전자를 이용한 키메라 연구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피하기 힘들다. 이번 연구가 인간ㆍ원숭이 혼종을 만드는 것이 목표는 아니지만 만일 누군가 그런 시도를 한다면 그 결과 태어날 혼종의 도덕적ㆍ법적 지위는 어떻게 봐야 할까.

□ 이런 우려 때문에 서구에서는 인간 유전자를 이용한 연구를 엄격히 제한한다. 이번 연구가 중국에서 진행된 이유다. 하지만 우려보다 기대되는 효과가 더 크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이 연구가 성공하면 인간 장기를 동물 몸에 성장시킬 수 있어, 이식받을 장기가 부족해 장기간 대기 중인 수많은 환자에게 새 희망이 생겼다. 또 인간에게 적용할 수 없는 의약 실험 범위가 넓어져 의학 발전의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다.

□ 생물학의 발전은 종종 대중 반발을 불러왔다. 지금은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인간 체외수정도 초기엔 거센 윤리 논란이 있었다. 유전자변형 작물에 대한 건강 염려는 여전하지만, 전 세계 굶주림 해결에 크게 기여했다. 인간 유전자 혼종 연구가 제 궤도에 오르려면 대중의 이해와 동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소통을 확대해야 한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키메라 프로젝트가 지금까지 전문 저널 등 과학자 집단 내에서만 논의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동료 과학자뿐 아니라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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