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계에 역대급 '쩐의 전쟁'이 한창이다. 특히 긍정적인 시황 전망이 이어지면서 수십조 원 규모의 반도체 업계 공장 증설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역대급 투자계획 내놓는 반도체 회사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지난달 22조 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엔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대만의 TSMC에서 올해 33조5,000억 원을 설비투자에 쏟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파운드리 분야에 10조 원가량(반도체 전체 투자금은 32조8,915억 원)을 투자한 삼성전자도 올해 역대급 투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파운드리는 자체 반도체 제품을 출시하는 반도체 기업(팹리스)으로부터 설계도를 받아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반도체 생산 전문기업이다. 최근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파운드리 업계는 급증한 주문을 소화하지 못할 만큼 초호황기에 들어선 상태다. 종합 반도체 기업인 인텔까지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한 배경이다.
파운드리, 막대한 투자금 들어가는 이유는
파운드리 업황은 초호황이지만 정작 이를 기회로 여긴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파운드리 산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다 보니, 후발주자로선 우선 막대한 투자금을 감당해야 한다.
무엇보다 갈수록 최첨단 공정이 들어오면서 반도체의 신규 라인 건설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최신의 반도체 생산을 위해선 그만큼 업그레이드된 장비가 필요한데, 이 장비 가격이 만만찮다. 인공지능(AI) 칩과 같은 첨단 반도체는 미세 공정인 5나노 이하 기술로 만든다. 이를 구현해주는 장비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다.
EUV는 대당 가격이 2,500억 원으로 웬만한 중견기업 연간 매출과 맞먹는다. 가령 5나노 기술로 매달 4만5,000장의 반도체 원판(웨이퍼)의 생산라인을 갖추기 위해선 EUV 20대가 필요한데 장비가격만 5조 원에 육박한다.
5나노 이하 첨단 공정 레이스에 한번 진입하면, 매년 막대한 투자금 쏟아부어야 하는 구조다. 파운드리 상위권인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와 대만의 UMC가 일찌감치 7나노 레이스를 포기한 이유다.
TSMC·삼성전자 양강 구도 계속 간다
이런 시장 특성 때문에 파운드리 시장은 향후에도 미세 공정이 가능한 TSMC와 삼성전자 양강 체제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애플과 같은 반도체 시장의 큰손들도 파운드리 기술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대형 파운드리와 손을 잡고 나선 배경도 이런 맥락이다. 자칫 설계도를 맡긴 파운드리가 공정에 실패하면 반도체 설계기업인 팹리스로선 1년 농사를 완전히 망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투자 여력이 있는 TSMC와 삼성전자만 첨단 반도체 시장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이들 회사의 투자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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