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작사 엔터아트는 소속 가수 하연의 디지털 싱글 ‘idkwtd(I don't know what to do)’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글로벌 NFT(대체불가토큰) 마켓인 ‘민터블’에서 발매한다고 15일 밝혔다. 멜론 등 일반 음원 유통 채널을 통해 공개되지 않는 이 곡은 유튜브를 이용하면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들을 수 있지만 NFT 플랫폼에서 구입할 경우 복제가 불가능한 자신만의 디지털 음원을 소유할 수 있다. 가수 디이어도 최근 NFT에 기반한 한정판 앨범을 선보였다. CD로도 발매되는 디이어의 앨범 ‘Flower All Night’의 NFT 앨범은 글로벌 NFT 마켓플레이스 ‘오픈시’에서 5장만 판매된다.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으로 경매 형식으로 구매할 수 있는데 디지털 음원으로 구성된 앨범 1개의 경매 시작 가격은 0.1이더리움(약 25만 원)이다.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자산으로 주목 받고 있는 NFT가 국내 대중음악 시장에도 조금씩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직은 대중에게 낯선 개념이지만 NFT가 음악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활로를 만들어줄 거란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외에선 유명 음악가들을 중심으로 NFT를 활용한 시도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 미국 록밴드 킹스 오브 리온은 지난달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 ‘옐로 하트’를 통해 NFT 앨범을 출시했다. 50달러 가격에 고유의 인식값이 담긴 디지털 음원과 아트워크, 실물 음반인 바이닐 레코드(LP)를 제공했다. 캐나다 출신 팝스타 위켄드는 아트 경매 플랫폼 니프티 게이트웨이를 통해 음악과 영상이 혼합돼 있는 한정판 아트 컬렉션을 경매에 부쳐 229만 달러(약 25억 원)의 수익을 냈다.
NFT는 가상자산의 한 종류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가상통화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한 것이다. 1비트코인은 다른 1비트코인으로 대체 가능하지만 NFT는 각 토큰이 서로 다른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 '대체불가토큰'이라 불린다. 일반 디지털 파일은 무한 복제가 가능하지만 NFT 기반의 디지털 파일은 원본의 소유권과 판매 이력 등의 정보가 블록체인에 모두 저장돼 복제가 불가능하다.
지난달 11일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작품이 800억 원에 달하는 가격에 낙찰돼 전 세계 미술계에 충격을 준 뒤 NFT 열풍은 미술 시장을 넘어 대중문화에까지 확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NF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시도가 하나둘 나오고 있다. 영화사 블루필름웍스는 개봉 준비 중인 영화 1편과 제작 준비 중인 영화 1편을 NFT로 판매할 계획이다. 서예가 손재형과 그의 가족에 대한 다큐멘터리 ‘장난감 할머니 방행자’(가제)는 영화의 3~5분짜리 클립을 NFT로 판매하고,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영화 ‘진주성’은 크라우드펀딩 방식처럼 NFT로 투자를 받아 제작에 들어갈 계획이다. 손원경 블루필름웍스 이사는 “미디어 아트 작품을 소유하듯 영상미가 뛰어난 영화 클립을 소유할 수 있도록 판매하는 것”이라며 “영상을 소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소유하는 가치로 승화시키고자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NFT에 가장 관심이 높은 이들은 창작자들이다.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을 거란 기대에서다. 박찬재 엔터아트 대표는 “기존 유통 시스템은 아티스트에게 충분히 보상해주지 못한다”며 “NFT는 소비자와 아티스트가 자유롭게 가치를 정할 수 있어 아티스트에게 훨씬 보상이 커질 것이고, 음악가와 팬 간의 간격을 좁혀주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NFT가 디지털 자산으로 과대평가됐다는 의견도 많다. 작가 비플은 “솔직히 거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경매 판매 대금으로 받은 가상화폐를 곧바로 현금화했다. 원본을 소장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인 미술 시장과 달리 대중문화는 대량복제·소비 위주의 시장이어서 NFT가 대중화할지 미지수라는 시각도 많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팬덤이 큰 아티스트라면 자신만의 소유권을 갖고 싶어하는 팬들이 많아 사업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겠지만 아직은 생소한 개념이어서 단기간 내에 대중화하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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