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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 절반이 쓰는 ‘학용품 앱’ 콴다를 아시나요

입력
2021.04.20 06: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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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 매스프레소 공동대표 “강남에서 과외하며 충격받아 대학생 때 창업”
50개국 월 860만명이 학용품처럼 콴다 앱으로 수학 문제 풀어

퀴즈 하나. 요즘 아이들은 어려운 수학 문제를 어떻게 풀까. ‘수학의 정석’ 같은 참고서를 펼치거나 학원 또는 과외선생에게 물어본다고 답하면 나이든 세대다. 정답은 스마트폰으로 문제를 사진 찍어서 ‘콴다’ 앱에 올리는 것이다. 콴다가 무엇이냐고 반문하면 다시금 나이가 드러난다.

해외에서도 유명한 콴다는 사람들이 무엇이든 물어보는 네이버 지식인처럼 어려운 수학 문제가 나왔을 때 찾는 ‘수학의 지식인’ 같은 앱이다. 스마트폰으로 문제를 촬영해 앱에 올리면 평균 3초 안에 풀이 과정과 답을 보여준다. 초·중·고교 문제는 물론이고 수학 올림피아드에 나온 고난도 문제까지 척척 해결해 줘서 하루에 500만 건의 질문이 올라온다. 덕분에 콴다는 국내를 넘어 50개국에서 월 860만 명이 이용하는 세계적인 앱이 됐다.

독특하고 기발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은 콴다는 신생기업(스타트업) 매스프레소의 작품이다. 서울 테헤란로의 매스프레소 사무실에서 이용재(30) 공동대표를 만나 콴다의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이용재 매스프레소 공동대표가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대형 '콴다' 로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콴다'는 질의응답을 뜻하는 영문 Q&A를 풀어쓴 이름이다. 고영권 기자

이용재 매스프레소 공동대표가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대형 '콴다' 로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콴다'는 질의응답을 뜻하는 영문 Q&A를 풀어쓴 이름이다. 고영권 기자


"대치동에서 수학 과외하며 불평등한 교육 현실을 경험"

콴다는 이용재, 이종흔 공동대표의 아르바이트 경험에서 태어났다. 인천 과학고 동기였던 두 사람은 각각 서울대와 한양대 전기공학과에 진학해 생활비를 벌려고 수학 과외를 했다. 인천에서 시작한 이들의 수학 과외는 입소문을 타고 서울 강남까지 알려졌다.

이들은 서울 강남의 대치동에서 수학 과외를 하며 충격적인 현실을 봤다. “서울 대치동 아이들에게는 한 명당 서너 명의 수학 과외 선생이 달라붙어요. 교과 과정을 가르치고 시험 문제를 뽑아주거나 틀린 문제를 점검해주고 질문 답변만 받는 과외 선생이 각각 따로 있어요. 그러니 형편이 되지 않는 다른 지역 학생들이 대치동 아이들과 경쟁할 수 있겠어요? 거기서 불평등한 교육 현실을 봤죠.”

이들은 교육의 불평등 문제를 기술로 풀고 싶었다. “이종흔 공동대표에게 수학과외를 받던 아이들은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물어봤어요. 아, 이거다 싶었죠.”

이들은 대학교 4학년 2학기 때인 2015년 교육기술(에듀테크) 기업 매스프레소를 창업했다. 이용재 대표는 프로그래밍을 해보지 않았으나 인터넷과 책으로 공부해 동료들과 수학과 과학 문제를 풀어주는 콴다 앱을 개발해 2016년 1월에 선보였다. “코딩을 배우며 개발하느라 6개월 이상 걸렸어요.”

콴다 앱에서 수학 문제를 질의 응답한 화면. 매스프레소 제공

콴다 앱에서 수학 문제를 질의 응답한 화면. 매스프레소 제공


스마트폰으로 수학 문제 사진 찍어 올리면 3초 내 답변 올라와

콴다 서비스는 간단하다. 학생이 모르는 문제를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어 앱에 올리면 대학생들과 학원 수학 강사들이 이를 보고 풀이 과정과 답을 같은 방식으로 올린다. 이때 학생들은 1만~3만 원의 정액 쿠폰을 구입하고 한 번 질문할 때마다 여기서 500원씩 차감한다. 학생이 답변에 만족하면 이를 제공한 선생에게 문제 난이도에 따라 400원의 수당이 지급된다. 나머지 100원은 플랫폼을 제공한 매스프레소 몫이다. 간혹 아주 어려운 문제를 풀면 최대 1,000원까지 수당을 지급했다. “많이 버는 선생은 월 200만~300만 원도 벌어요.”

현재 전 세계에서 답변을 해주는 선생들은 약 4만 명에 이른다. 답변을 해줄 선생들은 주로 대학 커뮤니티를 통해 모집했다. 이 중에는 세계 수학 올림피아드 수상자들도 있다. 그래서 이용재 공동대표는 콴다에서 시간이 걸릴 수는 있어도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는 없다고 자부한다. “오답을 내면 학생들이 신고하기 기능으로 알려와요. 실력이 낮은 선생들은 검증을 거쳐 가차없이 퇴출되죠.” 그렇게 자체적으로 엄격하게 세운 원칙에 따라 선생들을 관리하며 서비스 품질을 높였다.

중요한 것은 빠르고 정확한 답변이다. “아이들이 궁금한 시점에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중요해요. 대치동 아이들에게 질문만 받는 과외교사는 아무 때나 메신저로 질문이 들어오면 바로 답을 해줘요.”

사업 초기에는 질문이 올라오면 대표들을 포함해 전 직원이 달라붙어 문제를 풀었다. “운전 중 길가에 차를 세우고 문제를 푼 적도 있어요.”

만약 학생이 풀이 과정을 이해하지 못해 답변 채택을 거절하면 문제를 푼 선생들은 보수를 받지 못한다. “그래서 선생들은 초등학생들 질문을 좋아하지 않아요. 아이들 이해도에 따라 보수가 오락가락하니 불만이죠.” 선생들이 문제 제기를 하면 직원들이 답변을 살펴본 뒤 학생들의 이해 부족이라고 판단되면 보수를 지급한다.

학생 사업가들에게 룸살롱 접대 요구한 어른들

그런데 위기가 닥쳤다. 아이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질문을 많이 하지 않아 돈을 벌지 못한 것이다. “사업을 접자는 말까지 나왔어요.”

타개책으로 들고 나온 것이 기업간거래(B2B) 사업인 독서실 영업이었다. “독서실 원장이 대신 돈을 내고 아이들은 공짜로 쓰게 하는 아이디어였죠. 당시 프랜차이즈 독서실이 많이 생길 때여서 독서실 간 경쟁이 치열했어요. 독서실은 수학 문제 풀이를 내세워 아이들을 잡았죠.” 두 대표를 포함해 전 직원이 독서실 영업에 매달린 덕분에 월 2,000만~3,000만 원의 매출이 나왔다.

이때 이들은 씁쓸한 어른들의 뒷세계를 봤다. 일부 독서실 대표들이 노골적으로 향응을 요구한 것이다. “난생처음 룸살롱 접대 요구를 받았어요. 그런 곳들은 영업을 포기했죠. 결국 2017년 중반에 독서실 영업을 접었어요.”

이용재 매스프레소 공동대표가 콴다 앱의 학습 잠금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콴다 앱을 실행하는 동안 게임이나 다른 앱을 이용할 수 없다. 그래서 부모들이 콴다 앱을 좋아한다는 전언이다. 고영권 기자

이용재 매스프레소 공동대표가 콴다 앱의 학습 잠금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콴다 앱을 실행하는 동안 게임이나 다른 앱을 이용할 수 없다. 그래서 부모들이 콴다 앱을 좋아한다는 전언이다. 고영권 기자


AI 검색 덕분에 '학용품 앱'으로 부상

대신 인공지능(AI)에 눈을 돌렸다. 같은 문제인 경우 AI가 쌓여있는 해답 데이터베이스에서 답을 찾아내 보여주는 검색 서비스를 개발해 2017년 10월에 내놓았다. “문자 입력에 그치는 간단한 검색이 아니에요. 아이들이 올린 사진에서 글자와 수식을 판독하는 고난도 AI 검색 엔진을 개발했죠.” AI가 제시한 답은 무료로 제공했고 이를 보고도 모르면 유료로 질문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AI 검색을 이용한 무료 서비스 덕분에 이용자가 급증했다. “10만 명이었던 회원수가 AI 검색 이후 100만 명을 넘었어요. 1만5,000명이었던 월 이용자(MAU)도 3개월 만에 30만 명으로 뛰었죠. 하루에 올라오는 질문도 4,000개에서 20만 건으로 폭증했어요. 당시 유명 포털의 질문 게시판에 올라오는 질문이 하루 4,000개 정도였으니 콴다의 갑작스러운 인기에 저희도 놀랐죠.”

한마디로 콴다의 성공 비결은 사진을 찍어 묻고 답하는 쉽고 편한 방식과 수식까지 판독하는 강력한 AI 검색엔진이었다. 현재 국내에서만 매일 200만 건의 질문이 올라온다. 이는 인스타그램에 매일 올라오는 사진 분량과 맞먹는다. “국내 중·고생의 절반은 영한사전이나 필기구처럼 매달 콴다를 사용해요. 학용품 같은 앱이 됐죠.

'무모한 도전' 해외서비스 덕분에 전 세계로 확산

‘무모한 도전’이었던 해외 서비스도 성장의 발판이 된 신의 한 수였다. 이들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18년에 해외 서비스를 준비했다. “해외 사업 경험도 없으면서 무모한 도전을 한다고 투자사 등 다들 말렸어요. 하지만 어느 나라든 수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질문을 하니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2018년 말 나온 일본어 앱은 도쿄대 학생들과 현직 교사 등이 답변 선생으로 참여하며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이듬해 콴다는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통틀어 일본의 인기 교육 앱 1위가 됐다. 지금도 일본에서 60만 명의 학생이 콴다로 수학 문제를 푼다.

여기에 힘입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에 현지어로 된 콴다 앱을 냈다. 모두 수 차례 출장을 통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 나라들이다. “베트남은 등교 전에 부모가 오토바이에 아이를 태워 학원에 먼저 보내요. 그 정도로 교육열이 높고 사교육 시장이 잘 발달됐어요.”

영어 앱과 스페인어 앱도 지난해 나왔다. 그 바람에 콴다 앱 이용자가 전 세계로 확대됐다. “전 세계에서 학생들이 쏟아낸 질문 기록이 17억 건에 이릅니다. 모두 이미지로 저장돼 있죠.”

그만큼 투자업계에서도 콴다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금까지 매스프레소가 받은 투자액은 누적으로 650억 원이다.

"공부의 절반은 질문이 돼야" 수학 공부 잘하는 팁은 오답노트 활용

그렇다면 콴다가 수학 교육을 대신할 수 있을까. 이용재 공동대표는 “콴다를 교과서가 아닌 학습 보조재로 사용하라"고 권한다.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면 아예 질문할 수 없어요. 따라서 수업을 열심히 들으면서 모르는 게 있을 때 콴다를 사용하면 좋아요.” 학교 수업을 들어도 정 모르겠으면 참고하라고 개념강의부터 문제풀이까지 영상으로도 만들어 올려 놓았다.

다만 이용재 공동대표는 콴다가 학교 수업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자신한다. “공부 잘하려면 수업 시간의 절반을 질문에 할애해야 해요. 그런데 학교 수업은 그렇게 못하죠. 그렇다고 대치동 아이들처럼 서너 명의 과외 교사를 둘 수도 없죠. 이 부분을 콴다가 대신할 수 있어요.”

이를 간파한 최상위권 학생들도 콴다를 쓴다. “질문 난이도를 보면 학생들의 성적이 대충 보여요. 전교 1, 2등 학생들도 콴다에 질문을 많이 합니다.”

앞으로 이들의 목표는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교육 앱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맞춰 연간 이용료를 내면 사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도 5, 6월쯤 출시 예정이다.

또 학생들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할 커뮤니티 서비스도 5, 6월 중 내놓기 위해 개발 중이다. “학생들이 학원에 가는 것은 공부가 전부는 아니에요. 거기서 친구들을 만나고 선생과 이야기하는 공동체적 요소도 학생들에게 재미를 주죠. 우리는 교육을 디지털로 혁신하는 회사인 만큼 커뮤니티 혁신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끝으로 수학 공부를 잘할 수 있는 팁을 물었다. “과학고에서 수학 문제를 무섭게 공부했어요. 한 학기 과정을 일주일에 끝냈죠. 그때 썼던 방법이 빠른 시간 내 공부하기 위해 모르는 문제들은 답지를 보고 공부했어요. 답을 보지 않고 무한정 고민하면 학습 효율성이 떨어져요. 이때 중요한 것이 답지를 본 문제는 반드시 체크해 놓고 여러 번 복습해 완전한 내 것을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수학은 오답 노트가 중요해요."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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