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기자회견서 "北 CVID 약속 이행 일치"?
미일 공동성명엔 '완전한 비핵화' 표현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조건 없는 만남을 제안한 다음 날 북한이 보란 듯이 일본을 향해 날 선 비난을 쏟아냈다. 최근 도쿄올림픽 불참 선언에 이어 일본과의 대화에 당분간 나설 의향이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일본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감행한 첫 국가적 범죄'라는 기사에서 임진왜란을 언급하고, "우리 인민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한 역사를 잊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세기 전반기에도 수많은 조선사람들을 침략전쟁 대포밥으로, 노동 노예와 성 노예로 끌고 가 고통과 죽음을 강요했고, 천문학적 액수의 문화적 재부들과 자원부원을 강탈해갔다"며 "지난날 일본이 저지른 모든 죄악의 대가를 기어이 받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이후 북일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밝혀온 스가 총리는 16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 이후 화상 연설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과 생산적인 북일관계 수립을 위해 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은 스가 총리의 대화 손짓에 대해 그간 무반응으로 일관해 왔다. 지난 6일에는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하면서 고위급이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사실상 차단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2018년 남북 및 북미대화 국면에서도 '대북 압박'을 일관되게 주장하면서 삐걱대던 북일관계는 스가 총리 집권 후에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북한은 일본 교과서 왜곡 등의 현안 발생 때마다 일본을 겨냥한 규탄 메시지를 내는 방식으로 대립각을 세워왔다. 최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해서도 조선중앙통신의 15일 논평에서 "희세의 파렴치한"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스가 총리도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을 강조하고 있어 북일관계 경색은 이어질 전망이다. 스가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 후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량 파괴무기 및 각종 사거리의 탄도미사일,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대한 약속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토대를 둔 의무에 따를 것을 강하게 요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담 이후 공동선언문에는 북한이 거부감을 드러내는 CVID 대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담겼다. 아직 대북정책 재검토를 마치지 않은 미국 측의 입장을 고려해 수위를 조절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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