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조용하다고 손님들이 좋아해요. 하루 종일 운전하는 나도 엔진 소리 안 들리니까 스트레스 안 받고요."
지난 15일 전기택시 기사 이남희(62)씨는 전기차의 최대 장점으로 조용한 승차감을 꼽았다. 그가 모는 현대차 '코나EV'는 서울에서 운행 중인 전기택시 950대(3월 말 기준) 중 1대다. 택시기사 경력 12년의 이씨는 1년 반 전, 전기택시로 갈아탔다. 저렴한 차량 유지비, 편안한 승차감에 매력을 느껴서다. 이씨는 "기존 LPG(액화석유가스) 택시를 몰던 때와 비교해 만족한다"며 "개인택시 부제가 해제되면서 앞으로 전기택시가 더 많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수송 부문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전기승용차뿐만 아니라 전기택시로의 전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늦어도 2040년, 이르면 2030년까지 서울시내 약 7만2,000대 택시가 모두 전기택시로 교체된다. 현재 서울의 전기택시는 950대가량으로, 1.3%에 불과하다.
정부가 전기택시에 주목하는 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전기승용차보다 크기 때문이다. 택시는 일반 승용차보다 하루 주행거리가 7~13배 길다. 전기승용차 1대를 교체하면 1.603이산화탄소톤(tCO2)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는 반면, 전기택시 1대를 도입하면 21.224tCO2의 감축 효과가 있다고 정부는 추산한다. 같은 차종이라도 전기택시에 전기승용차보다 600만 원 많은, 최대 1,800만 원의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유다.
전기택시 운전자들이 꼽는 전기차의 또 다른 장점은 적은 유지비다. 이씨는 "연료비로 가스요금은 한 달에 50만 원 이상 들어갔는데, 전기요금은 10만~12만 원 정도고 오일 교체할 일도 없다"며 "하루에 150~200㎞씩 운행하다 보니 이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불편한 점은 역시 충전 문제다. 빌라에 거주하는 이씨는 거주지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가 없어 주변 공원이나 공공기관을 매일 틈날 때마다 찾아 충전을 한다. 그는 "공동주택은 8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주차장에 충전소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며 "이웃들 찾아 다니면서 아쉬운 소리 하기 싫어 충전소 설치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씨 같은 개인택시 운전자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법인택시는 충전 문제 탓에 전기택시로의 전환이 더욱 더디다. 차 1대를 2명이 교대로 24시간 운행하는 법인택시 특성상 2시간씩 걸려 충전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워서다.
과거 전기택시를 운영했던 법인택시 회사 관계자는 "서울 외곽을 벗어나면 충전소 찾는 게 일이다 보니 겁나서 지방을 못가거나, 배터리가 20% 남아 있으면 불안해서 손님을 못 태우는 경우가 많았다"며 "전기차 타겠다는 기사들이 없어서 2년 넘게 세워뒀다가 결국 팔았다"고 귀띔했다. 서울의 전기택시 950대 중 법인택시는 105대다.
서울시가 올해 보조금 지원 공고를 낸 전기택시 100대 중에서도 개인택시 물량은 소진된 반면 법인택시 몫(30대) 중 일부(10대)만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술 발전으로 충전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더 성능 좋은 차량이 나오면서 충전 문제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2040년까지 전기택시로 100% 전환해 기후위기에 선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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