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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 사건 후진국 美 '총기규제' 입법은 더딘 걸음

입력
2021.04.19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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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4명 이상 희생된 총기난사 11건
직장·슈퍼·학교도 총기 난사에 안심 못해

총기 난사 사건으로 10명이 희생된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 '킹 수퍼스' 식료품점 주변 울타리에 지난달 24일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팻말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다발과 함께 걸려 있다. 볼더=AP 연합뉴스

총기 난사 사건으로 10명이 희생된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 '킹 수퍼스' 식료품점 주변 울타리에 지난달 24일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팻말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다발과 함께 걸려 있다. 볼더=AP 연합뉴스


“한 사건에서 가해자를 제외하고 총기로 인한 희생자가 4명 이상이다. 적어도 일부 희생자는 공공장소나 직장, 학교, 식당 같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에서 발생한다. 강도ㆍ범죄(조직) 간 경쟁ㆍ보험사기ㆍ말다툼·치정 같은 일반적인 범죄 상황이 희생자 발생 원인이 아니어야 한다.”

미국 ‘의회 연구 서비스’가 정의한 ‘총기 난사(mass shooting)’ 사건 개념이다. 범인이 특별한 동기도 없이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총을 난사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범죄 행위라는 의미다.

미국에서는 총기 난사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15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州) 인디애나폴리스 페덱스 창고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8명이 숨졌다. 용의자는 이곳에서 근무했던 19세 남성이다. 그는 주차장에서 마주친 사람들에게 엽총을 난사했고, 인근 건물로 들어가 4명을 더 죽였다. 이에 앞서 7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락힐에서 7명, 그보다 나흘 앞서 텍사스주 알렌에서 6명이 총기 난사 사건으로 희생됐다.

미국 내 총격 사건을 집계하는 비영리 연구단체 ‘총기 폭력 저장소’ 17일 집계 기준 147건의 총기 난사가 올해 들어 이어졌다. 이 가운데 11건은 ‘총기 난사 대량 살상(mass murder)’이었다. 인디애나폴리스와 락힐 총기 난사도 이 11건에 들어간다. 지난해에는 총기 난사 610건에 대량 살상 21건, 2019년에는 각각 417건, 31건이나 발생했다. 직장에서 일하다, 슈퍼에 물건을 사러 갔다가, 학교에서 공부하다 갑자기 총기 난사로 억울한 죽음을 맞는 경우가 미국에선 흔하다는 얘기다.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던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 킹 수퍼스 식료품점 주차장 울타리에 지난달 23일 '총기 규제는 언제?'라는 의미의 표지판이 걸려 있다. 볼더=AP 뉴시스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던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 킹 수퍼스 식료품점 주차장 울타리에 지난달 23일 '총기 규제는 언제?'라는 의미의 표지판이 걸려 있다. 볼더=AP 뉴시스


사건은 희생자 가족과 사회, 그리고 생존자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긴다. 하지만 미국에선 아직도 총기규제법이 진전될 기미가 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동소총 및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 총기 구매자 신원 조회 강화 등의 규제 입법을 요구하고 있지만 의회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꿈쩍도 않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어떤 사람에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총기 난사가 멈췄고 지난 1년 공공장소에서 대규모 총격 없이 지나간 것처럼 보였지만 총격은 멈추지 않았다. 단지 공개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전했다.

16일은 한국 국적 미국 영주권자 조승희의 총격으로 버지니아공대에서 32명이 숨졌던 2007년 총기 난사 14주기였다. 버지니아주에선 아직도 그 사건의 충격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미국 내에선 되풀이되는 비극을 막을 제대로 된 대책이 추가되지 않았다. ‘총격 사건 후진국’ 미국에선 내일도, 다음 주도, 그다음 달도 총기 난사와 대량 살상이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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