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미만과는 동의 후 성관계도 불법
미투운동, 유명인 학대 폭로로 공론화
프랑스가 미성년자 성(性)범죄에 철퇴를 가한다. 15세 미만 미성년자와는 동의 하에 성관계를 하더라도 불법이라고 못박았다. 2017년 ‘나도 당했다(MeTooㆍ미투)’ 열풍에 더해 과거 아동을 상대로 한 유명인사들의 학대 폭로까지 이어지면서 그간 성 문제에서만큼은 개방적이다 못해 유별나게 관대했던 프랑스도 더 이상 관용을 베풀지 않는 분위기다.
프랑스 의회는 15일(현지시간) 15세 미만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강간’으로 규정하고, 이를 어길 시 최대 징역 20년형에 처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또 성인이 근친관계인 18세 미만과 성관계를 맺는 것도 불법으로 간주키로 했다. 에릭 뒤퐁 모레티 프랑스 법무장관은 “우리 아이들과 사회를 위한 역사적인 법”이라며 “성인 가해자 누구도 15세보다 어린 미성년자와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다른 서구 국가들과 달리 프랑스는 정치인을 비롯, 타인의 ‘허리 아래’ 문제에 관대했다. 많은 나라에선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엄격하게 처벌받는 미성년자와의 성관계조차 상대방의 동의만 있다면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셸 푸코나 장 폴 사르트르 같은 유명 지식인들은 이를 ‘자유 연애의 표현’ ‘어린이의 쾌락권’등의 궤변으로 옹호하기도 했다.
쌍방 합의하에 성관계가 가능한 최소 연령(15세) 조차도 2018년에서야 만들어졌다. 그 전까진 법적으로 합의에 의한 성관계 연령 제한 자체가 없었다. 대법원에서 5세 이하는 ‘합의’할 수 없다고 판시했을 뿐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대방의 동의 후 관계를 맺어도 범죄행위로 여긴단 의미다.
변화의 물꼬를 튼 건 2017년 미국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력을 고발하면서 촉발된 미투 운동이다. 이후 성에 개방적이던 프랑스 사회에서도 관련 문제 논의가 본격화했다.
여기에 최근 과거 미성년자들의 성을 착취한 유명인사들의 만행까지 폭로되면서 아동 보호 목소리는 한층 더 커졌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유명 작가인 가브리엘 마츠네프(84)가 1980년대 당시 14세이던 소녀와 강제로 성관계를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또 올 초엔 유명 원로 정치학자인 올리비에 뒤아멜(70)이 30년 전 10대이던 쌍둥이 의붓아들을 수 차례 강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근친 성폭력 이슈로 확대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혹과 로맨스의 땅’이란 이미지를 오랜 기간 소중히 여겨온 나라에서 고위층과 유명인들이 자행한 아동 성폭력은 제대로 발견되거나 신고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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