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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생물 변화! 선제적 연구로 대응해야

입력
2021.04.19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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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수원시 유충민원 전담반원이 신고가 들어온 가정집을 방문해 조사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지난해 7월 수원시 유충민원 전담반원이 신고가 들어온 가정집을 방문해 조사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1만 년 전 농경생활을 시작한 이래로 우리 인간과 곤충 사이의 ‘적과 동지’의 관계는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농사를 망치는 해충이나 불쾌함의 대상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나비와 꿀벌, 누에나방 등은 꽃가루를 매개하거나 비단을 만들어주어 귀한 대접을 받는 곤충이다.

최근 ‘매미나방’이나 ‘대벌레’ 대발생 뉴스를 쉽게 접한다. 이런 대발생의 원인은 외래종이어서 아직 천적이 없거나 먹이가 많아서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기온 상승에 따른 기후변화를 우선 손꼽는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지난 한 세기 동안 약 0.6℃ 상승할 때 우리나라는 1.5℃로 전 세계 평균 상승폭보다 높았다. 100년 전인 1920년대에 비해 겨울은 한 달가량 짧아져서 곤충들이 ‘대발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따뜻한 겨울을 보낸 곤충들이 추운 겨울을 보낸 집단보다 더 많이 살아남고 몸집도 더 커졌다고 한다. 이렇듯 겨울철 고온과 같은 기후변화는 곤충의 생존율과 대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지난여름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수돗물 유충 사태의 주인공인 깔따구의 등장도 기후변화에 따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파리목에 속하는 깔따구과(Chironomidae)는 세계적으로 2만여 종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300여 종으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 유충은 강, 하천과 호수 등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살 수 있다. 깔따구류는 대개 기온이 상승하는 이른 봄부터 출현하여 늦가을까지 발생한다. 성충은 모기처럼 생겼지만 물지 않으며, 대량 발생할 때 접촉하거나 사체 부스러기를 흡입하면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 생물다양성 정보를 총괄 관리하는 국가 연구기관으로서 지난해 인천과 제주도 등 전국의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을 유전자 판별법을 이용하여 과학적이고 신속하게 어떤 종인지를 밝혀냈다. 종을 정확히 판별해야 서식처, 생활사 등의 생태정보를 이용하여 현장을 조사하고 유충이 어떻게 수돗물로 유입되었는지를 밝힐 수 있다. 깔따구를 포함한 생물종의 목록과 유전자 정보, 생태 정보 등을 사전에 확보해 놓아야만 이러한 환경 문제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지난해 지자체로부터 요청받은 수백 건의 수돗물 유충에 대하여 유전자 판별법으로 2~3일 만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종을 판별하였고, 관련 생태정보를 이용하여 유충의 유입 경로를 밝혀내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였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대발생 종을 목록화하고 주요 종들에 대한 유전체 분석 등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대발생의 원인을 찾아내면 해충 대발생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비가 가능할 것이다. 기후변화에 의한 다양한 생물종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려면 과학적이고 선제적인 연구가 답이다.



배연재 국립생물자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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