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S21' '아이폰12' 구매자 5명 중 1명이 자급제 택해
단말기 값 포함된 통신비 착시효과는 사라지지만
통신시장에서의 영향력 잃을까 걱정하는 통신사
최근 스마트폰을 별도로 구입하고 이동통신 서비스를 따로 가입하는 자급제폰 시장이 커지면서 이동통신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단말기와 요금제를 묶어 판매해 온 구조가 깨지면서 통신시장에서 유지해 온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갤럭시S21', 애플 '아이폰12' 등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자급제 판매 비중이 2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5명 중 1명은 단말기를 별도로 구입한 뒤 대리점 등에 직접 개통을 한 셈이다. 국내 통신시장에서의 자급제 비율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10% 미만에 그쳤다.
고가 요금제+안 터지는 5G 대신 자급제+4G 알뜰폰 택한다
단말기 구매와 이동통신 서비스를 주로 한 곳에서 해결해 온 국내 휴대폰 유통구조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자급제폰 사용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전자제품 매장이나 오픈마켓 등에서 공기계 형태로 판매하는 단말기를 구입한 데 이어 휴대폰 대리점에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번거롭지만 경제적으로 유리하단 점에서 자급제폰 사용은 늘고 있다. 특히 비싸기만하고 제대로 터지지 않는 5세대(5G)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한 이후 자급제폰 이용자는 더 늘고 있다.
통신사에선 고가 스마트폰을 판매하면서 고가 요금제에만 더 많은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한다. 공시 지원금 외 추가적인 불법 보조금 역시 통신사를 이동하는 조건에 주로 책정된다. 소비자들은 카드를 신규 가입하거나 불필요한 부가서비스를 요구받기도 한다. 게다가 통신사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5G로만 개통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급제폰의 경우엔 단말기를 구입하고 알뜰폰을 택하면 4G 요금제도 가입할 수 있다. 초기 단말기를 일시불로 구입하는 게 부담이지만 알뜰폰 요금제가 통신 3사 요금제의 절반 수준이란 점에서 24개월을 사용한다고 가정해도 자급제를 택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자급제폰 확산은 긍정적이다. 통신사에게만 의존해왔던 단말기 유통채널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또 자급제폰 시장은 단말기유통법에서도 제외, 보다 자유로운 할인 판매가 가능하다. 최근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에선 '갤럭시S21울트라' 모델과 삼성전자 노트북, 무선이어폰 '버즈플러스'를 묶어 판매하면서 정가 대비 30만 원 이상 할인해주는 이벤트까지 진행했다.
"보조금 경쟁에서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해야"
반면 이동통신사에게 자급제폰 시장 확대는 부담이다. 당장 단말기 판매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데다, 이동통신시장의 주도권이 제조사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달갑지 않은 일이다. 지금까지 이동통신사들은 통신 속도나 요금제 등 자체 서비스 경쟁보다는 단말기 수급 상황이나 보조금으로 경쟁을 펼쳐왔다. 특정 고가 요금제나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보조금을 더 주는 식이었다.
하지만 자급제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이런 식의 영업이 어려워진다. 자급제폰 시장이 커지면 이동통신3사는 통신 서비스나 요금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말 애플 아이폰12 출시 이후 '자급제+알뜰폰' 가입자가 급증하자, 이동통신3사에선 기존 5G 요금제보다 30% 싼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선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LG전자까지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통신사와 제조사 사이 '갑을관계'가 완전히 역전되는 상황도 배제할 순 없는 형편이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 중심으로 불편하더라도 저렴하면서 약정도 구애받지 않는 자급제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이동통신사들은 단말 중심 경쟁에서 서비스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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