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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 중 명품 찾기

입력
2021.04.16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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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에도 뒤지는 文정부 위기대응 시스템?
초기 성과에 자만, 백신대란 자초?
‘인사는 만사’, 백신 혼란 책임은 대통령 몫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2월 발생한 타이거 우즈 차량 전복 사고 현장에서 미국 조사관들이 사고 차량을 수습하고 있다. AP 연합

2월 발생한 타이거 우즈 차량 전복 사고 현장에서 미국 조사관들이 사고 차량을 수습하고 있다. AP 연합

짝퉁과 명품, 혹은 일류와 삼류의 차이는 뭘까. 짝퉁 제조법과 삼류들의 사기술이 갈수록 발달하고 있지만, 결국 차이는 한계상황에서 드러난다. 회사나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난국이 닥쳤을 때 경영진이나 통치세력이 일류인 곳은 이를 극복하고 도약하지만, 리더가 무능하면 최악의 경우 망하게 된다. 구성원이 똑똑해도 삼류 지도자를 만나면 순식간에 삼류가 되어 버린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글로벌 수준에서도 일류 반열에 오른 것 같다. 지난달 북미시장 판매가 전년 대비 117%나 증가한 현대자동차가 좋은 예다. 자칫 독이 됐을 수 있는 타이거 우즈의 차량(제네시스 GV80) 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 조사 초기부터 사고 원인은 우즈 개인의 문제로 추정됐고 차량 결함은 없다는 정황이 역력했다. 미국 경찰은 “다른 차였으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

현대차의 ‘월드 클래스’ 대응은 이때 나왔다. 우리 차가 이렇게 우수하다는 등 자화자찬을 하지 않았다. ‘우즈의 완쾌를 빈다’는 성명만 내놨다. 고객 만족이 회사 목표이며, 고객 불행을 이용하는 행태는 안 된다는 위기관리 시스템이 작동했다. 조용한 대응에도 미국 소비자들의 제네시스 검색량은 57.4% 증가했다. 슈퍼볼 광고를 때린 뒤에 나오는 것보다 높은 숫자다. 마케팅 전문매체 ‘캠페인’(Campaign)은 현대차 미국법인의 대응을 일류 사례로 평가하고, 내부 전문가들에게 전권을 준 미국 법인 경영진의 결단을 칭찬했다.

전쟁사에는 초전의 작은 성공이 재앙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13세기 러시아가 몽골에 정복당한 게 그렇다. 몽골장군 제베와 수부타이는 1223년 패한 것처럼 도망가며, 자만에 빠진 러시아 연합군을 칼카(Kalka) 강까지 유인해 전멸시켰다.

위기에서 일류는 그렇지 않은 부류와 다르게 행동한다. 사소한 승패에 좌우되지 않고 냉정과 장기 안목을 잃지 않는다. 결국 전쟁에서 이긴다. 하수들은 조그만 성공에 도취한다. 전투에서 이겼을 뿐인데 전쟁을 끝낸 것처럼 행세한다. 다가올 제2, 제3파 위기에 전략적으로 준비하지 않고 낡은 성공방식을 답습한다.

불행히도 ‘K방역’은 일류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돌이켜보면 정부의 코로나19 대응도 완성차 업체 대응과는 많이 달랐다. 작은 성공에 일찍 도취됐다. 시민들의 참여와 의료진의 희생으로 이뤘는데도, ‘K방역’이라는 이름을 국민이 아닌 정권 이익에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총선에서 압승하고 지난해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국민이 얻은 건 뭔가. 백신이 없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접종에서 한참 뒤진 나라가 됐다. 미국이 집단면역을 달성하고 수출을 허용해야만 화이자, 모더나 백신을 양껏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민간 기업의 멋진 위기대응이 경영진 때문이라면, 낯을 들기 어려운 K방역은 정권 수뇌부의 오판 탓이다. 전략적 행보는 없고 비슷한 대책을 2주일마다 연장하면서 시민들은 지치고, 자영업자는 아우성이다. 믿을 곳은 ‘적폐’로 단죄했던 전 정권이 비축해 놓은 재정밖에는 없다. 참모들은 자기들의 책임이라고 나서겠지만, ‘인사가 만사’라면 대통령도 최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며칠 전 정치흐름에 밝은 이들과의 가벼운 모임이 있었다. 정치지형과 대권 주자에 대한 의견이 교환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지사,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8월쯤 시작될 대권경쟁의 빅3 후보로 압축됐다. 3명으로 압축된 예측이 틀릴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선동의 언어를 꿰뚫고 참인물을 골라내야 할 순간이 또다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조철환 에디터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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