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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S] 방탄소년단·로제의 영어 가사, 어떻게 장벽을 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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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S] 방탄소년단·로제의 영어 가사, 어떻게 장벽을 깼나

입력
2021.04.1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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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탄소년단에 이어 블랙핑크 로제까지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영어 가사의 곡으로 국내 음원 차트를 휩쓰는 데 성공했다. 빅히트뮤직,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방탄소년단에 이어 블랙핑크 로제까지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영어 가사의 곡으로 국내 음원 차트를 휩쓰는 데 성공했다. 빅히트뮤직, YG엔터테인먼트 제공


편집자주

[홍혜민의 B:TS]는 'Behind The Song'의 약자로, 국내외 가요계의 깊숙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해 드립니다.

국내 음악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방탄소년단에 이어 블랙핑크 로제까지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영어 가사의 곡으로 국내 음원 차트를 휩쓰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동안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는 높은 언어의 벽이 존재했다. 해외에서도 히트를 기록한 유명 팝송이 국내 리스너들에게 사랑받는 경우는 있었지만, K팝 가수가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곡을 발표하고, 이를 통해 실시간 음원 차트에서 최상위권의 성적을 거두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성과였다.

국내 음악 시장에서 K팝 가수가 외국어 가사를 사용할 경우 곡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것이 곧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주된 시각이었다. '국내에서 발매한 앨범인데 한국어가 아닌 외국어 가사로만 이루어졌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는 비판적인 시선에 대한 부담도 존재했다.

성적과 호평 모두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가수들이 굳이 한국어 대신 외국어를 고집할 이유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이들은 국내 활동을 위한 한국어 곡을, 해외 진출을 위한 영어 (혹은 일본어 등의) 번안곡을 발표하는 방법을 택했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국내 음악 시장에서의 'All 외국어 가사'에 대한 장벽을 가장 먼저 깬 것은 백예린이었다. 그는 지난 2019년 12월 발매한 정규 1집 'Every letter I sent you.'의 타이틀 곡 '스퀘어(Square)'로 한국인 최초 영어 가사로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 '첫걸음'이 아닐 수 없었다. 백예린의 한 뮤직 페스티벌 무대가 화제에 오르며 '스퀘어'가 발매 전부터 이미 뜨거운 기대를 모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영어 가사의 곡이 대중성의 지표인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는 점은 국내 음악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하는 유의미한 성과였다.

하지만 당시 한 곡을 제외하고 앨범의 모든 수록곡을 영어로 발매했던 백예린에게 호평만 뒤따른 것은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한국어 가사가 아닌 탓에 백예린 고유의 감성을 온전히 느끼기 어렵다' '왜 앨범 전곡을 영어 곡으로 구성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라는 비판적인 의견도 이어졌다. 해당 곡은 꽤 오랜 시간 음원 차트 상위권에 머물렀음에도 극명하게 갈린 호불호 때문에 이후로도 '외국어 가사'에 대한 숙제는 여전히 남았다.

남겨진 숙제의 마지막 조각들은 다음 주자들이 채웠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였다.

미국 시장 진출 후에도 꾸준히 한국어 앨범으로 승부수를 던졌던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발매한 데뷔 첫 영어 싱글 'Dynamite'로 국내 음원 사이트 1위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탄탄한 국내 팬덤, K팝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핫100' 1위에 등극하며 받은 역대급 스포트라이트와 이로 인한 대중적인 관심이 일궈낸 결과였다.

글로벌 음악 시장을 겨냥한 만큼 'Dynamite'의 가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이뤄졌음에도 수개월 간 국내 음원 차트 정상을 지키며 큰 사랑을 받았다. 코로나19 시국 이들이 전한 경쾌한 응원의 메시지는 언어의 장벽도 넘어섰고, 대중은 한국어 가사로 된 K팝을 부르듯 방탄소년단의 영어 가사를 흥얼거렸다.

방탄소년단에 비해 보다 공격적으로 미국 진출에 박차를 가해온 블랙핑크는 가사의 상당 부분이 영어로 이루어진 곡들을 잇따라 선보이며 대중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여기에 지난 3월 데뷔 첫 솔로 데뷔에 나선 로제가 전곡 영어 가사로 된 앨범으로 음원차트 1위를 '올킬'하며 이들 역시 외국어 가사가 갖고 있던 한계를 깼다.

글로벌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국내 성적을 고려했을 땐 쉽지 않았을 영어 가사 도전의 이유는 '곡의 완성도' 때문이었다는 설명이다. 로제는 "팬들이 많이 아쉬워 할까 봐 걱정과 고민이 많았지만 타이틀 곡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가장 어울리는 언어를 고민했고, 이 노래에는 영어가 가장 잘 어울렸기에 (영어 가사를) 선택했다"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로제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On The Ground'는 발매 직후 국내 음원 차트 정상을 휩쓸었고, 수록곡인 'Gone' 역시 영어 가사의 한계를 딛고 음원 차트 최상위권에 등극했다. 로제는 '진짜 중요한 가치는 내 안에 있다'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자신만의 독보적인 보컬 스타일, 눈을 사로잡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뜨거운 인기 속 로제 역시 발매 두 달째 음원 차트 최상위권을 지키는 중이다.

방탄소년단과 로제의 영어 가사 곡에는 백예린의 1위 당시 뒤따랐던 비판적 시각 역시 크게 뒤따르지 않는다. 이들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국내 음악 시장을 점령할 수 있었던 비결을 단순히 '높은 인기'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물론 두 팀 모두 국내 톱 인기 그룹으로 꼽히는 만큼, 거대한 팬덤의 힘은 무시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Dynamite'와 'On The Ground'가 단순한 1위를 넘어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히트곡으로 꼽힐 수 있었던 데에는 대중의 뜨거운 반응 역시 일조했다.

이들의 성과는 'K팝'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지표다. 과거 K팝의 활약이 국내를 중심으로 일부 해외 국가에 국한됐다면, 이제 K팝의 영향력은 아시아권을 넘어 미국 등 영어권 국가까지 흔들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 대중 역시 글로벌 아티스트로 활약 중인 K팝 가수들의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가사 속 언어에 얽매이기보다는 이들의 음악을 '진화한 K팝'의 일부분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어난 것이다.

이들이 노래에 담은 진심 어린 메시지 역시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게 만든 요소 중 하나다. 비록 한국어는 아닐지언정, 힘을 더하는 음악과 마음을 울리는 메시지는 결국 대중의 마음을 잡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이 글로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장르적으로 봤을 때 외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음악이기 때문이다. K팝은 이미 보편적인 팝의 정서, 그 범주 속에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다"라며 "그렇다 보니 국내 대중들의 입장에서도 K팝과 해외 팝을 구분 짓는 경계선이 많이 흐려진 상태다. 소비 주체의 수용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은 곧 '음악만 좋다면 영어 가사라도 큰 상관이 없다'라는 인식 변화를 뜻한다. 이러한 수용자의 변화는 결국 앞으로 영어 가사로 된 인기 K팝 곡들이 더 많이 탄생할 수 있음을 예감케 한다"라고 말했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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