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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도'를 두려워 말자

입력
2021.04.15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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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를 덮친 2020년을 떠올린다. 그해 바이러스 덕을 봤다는 이가 없진 않으나 대부분 피해를 입었다. 사연은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다. 다양한 이유로 잊히지 않는 해로 기억될 것이다. 마스크 재갈, 출입자명부 족쇄 때문만은 아니다. 자유라는 자유는 동결됐고, 꿈이라는 꿈은 삭았다. 봄이 와도 일상은 해빙을 모른다. 유예된 자유에 기한이 명시되지 않은 것도 우릴 더 갑갑하게 한다.

사태를 보면 이 답답한 시절은 생각보다 길어질 것 같다. 코로나19 백신 수급 신호등엔 진작 붉은 불이 들어왔고, 확보한 백신과 앞으로 들여올 백신도 그 성능에 이상이 생겨 11월 집단면역을 목표로 한 접종 계획은 수정돼야 할 판이다. 700보다 높은 곳을 가리키고 있는 일일 확진자 수 바늘은 네 번째 대유행이 목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늦가을 집단면역’에 기대를 거는 이들의 수도 빠르게 줄고 있다. 이곳과 달리 접종률(성인 1차) 60%를 기록하고 있다는 ‘신사의 나라’ 국민들이 전날 거리로 쏟아져 나와 맥주잔을 들어올린 장면에선 어깨 힘이 빠진다.

외신 사진 한 장에 키보드 때리는 손가락 힘 빠졌다고 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인 줄 안다. 식당, 카페, 노래방, 헬스장 등 곳곳의 가게 주인들은 더 버틸 수 없다 하고, 학교가 제대로 안 돌아가니 하락하는 아이의 학력을 지켜보고도 손 쓰지 못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싶다. 정부 방역 방침에 1년 넘도록 협조했어도 이것밖에 안 되냐며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아우성에 정부는 다양한 수를 써보지만, 신통치 않다. 더 악화하지 않은 것을 위안 삼아야 할까. 지금껏 구경하지 못했던 나랏빚 증가 속도와 규모, 그 뒤에 닥칠 여러 장면을 상상하면 이 위안의 유효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 같다.

2021년은 2020년을 빠르게 닮아가는 중이다. 그 와중에 새로 등판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운을 띄웠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분노, 아이들의 학력 희생으로 이어지는 지금의 일률적 규제 중심 방역에서 벗어나 방역도 지키고 민생도 살리는 ‘상생방역’이라는 애드벌룬이다. 간이 자가진단키트 도입으로 업종별 영업시간을 차등 완화해 골목상권을 살리고, 아이들이 학교에 더 자유롭게 등교할 수 있도록 해 학력 저하를 막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언뜻 들어도 꽤 위험해 보인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장치이고, 지금이 또 4차 대유행 진입 초기라는 점에서 그렇다. 오 시장이 “새로운 시도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면서 자가진단키트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정부는 떨떠름하다. 전문가들은 정확도 낮은 키트를 사용했다간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며 서울형 방역에 반대하고 있다. 여당 소속의 장이 이끄는 자치구와 서울 인접 지자체는 풍선효과와 방역 대혼란을 들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모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주장과 우려다.

그러나 서울시가 막무가내로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정부와 협의를 거치겠다는 전제를 붙인 만큼 시행 시기와 함께 자가진단키트 도입 '논의' 쯤은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소수지만 여당에서도 찬성 목소리가 나왔다. 정치색 빼고 시도한다면 체온계보다 못하진 않을 것이다. 걱정만 하면서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기엔 흘러가는 계절이 너무 아름답다.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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