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가 주도하는 급진적 쇄신이냐, 주류에 의한 안정적 위기 수습이냐.'
16일 원내대표 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고민에 빠졌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엔 당내 이견이 없으나, 방법론이 문제다. 친문재인계 주류인 윤호중 의원은 당정청 주류의 지원을 받는 안정적 리더십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파격 쇄신을 추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비주류인 박완주 의원은 고강도 쇄신을 약속했으나, 주류의 비협조로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
과거 정당들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선거 패배로 위기를 맞은 정당은 원내대표 선거에서 '주류 교체론'을 내세워 "반성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려 애썼다. 주류 교체는 실제 다음 선거 승리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주류와 비주류의 투쟁으로 더 큰 위기를 부른 사례도 물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에 어떤 선택을 할까.
재·보선 참패 후 비주류 택한 한나라당,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선거에서 주류를 교체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는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이다. 문재인 대표 체제의 새정치민주연합은 4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4대 0으로 완패했다. 이후 실시된 원내대표 선거에선 비주류인 이종걸 전 의원이 친문 후보인 최재성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주류에서 비주류로 권력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쇄신 동력도 같이 커졌다. 문재인 당시 대표는 비주류의 사퇴 요구를 받은 끝에 2016년 1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세우고 물러났다. 이후 민주당은 2016년 4월 19대 총선에서 원내 1당으로 올라서며 위기를 극복했다.
2011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4월 재·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 선거 중 수도권 의석 1개(경기 성남시 분당을)와 함께 강원도지사 자리를 민주당에 내주며 패배했다. 어김없이 쇄신론이 분출했고, 한 달 만에 열린 원내대표 선거에선 친이명박계(친이계)도, 친박근혜계(친박계)도 아닌 황우여 전 의원이 친이계 후보에 승리했다.
한나라당은 같은 해 10월 재·보궐선거에서도 패배하면서 친이계 권력은 시들었고, 이내 '박근혜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이어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이듬해 18대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며 박근혜 정부가 탄생했다.
박근혜-유승민 갈등 끝 총선 패배한 새누리당
위기 국면에서 등장한 비주류 원내대표가 모두 '해피 엔딩'을 맞은 것은 아니다. 집권여당엔 당청관계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비주류 원내대표의 등장→당청 갈등 고조→지지율 하락'의 2차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2015년 새누리당 사례가 그렇다. 친박계에서 이탈한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구상을 비판하며 맞서자, 친박계는 다음 해 총선 공천에서 '유승민계와 친이계 배제'로 보복했다. 공천 파동 끝에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패했고, 탄핵 사태까지 겪었다.
민주당의 이번 원내대표 선거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의 길을 따를지, 같은 해 새누리당의 복사판이 될지는 차기 대선의 중대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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