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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아파트 낙인 해명해라" 택배 800개 쌓아놓고 찬바람 분 고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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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아파트 낙인 해명해라" 택배 800개 쌓아놓고 찬바람 분 고덕동

입력
2021.04.14 20:00
수정
2021.04.14 20:5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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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택배노조 롯데택배·우체국택배 조합원들이 14일 오후 택배차량의 지상 운행을 금지한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아파트 입구에다 택배 상자를 내려놓고 있다. 이한호 기자

민주노총 택배노조 롯데택배·우체국택배 조합원들이 14일 오후 택배차량의 지상 운행을 금지한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아파트 입구에다 택배 상자를 내려놓고 있다. 이한호 기자

"(갑질 프레임에) 무릎이 닳도록 사과할 테니 입주자대표회의는 대화에 임해주십시오." (택배 노조)

"아파트를 다시 지을 수도 없고. 간식도 드리고 대화 의지도 충분히 내비쳤습니다." (고덕동 아파트 관리사무소)

서로 대화 의지만 내세웠을 뿐, 실제 이뤄진 대화는 없었다. 14일 낮 12시 30분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은 10년 만에 찾아왔다는 4월 한파주의보보다 더 냉랭했다.

이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아파트 입구 왼편에다 배달된 물품 800여 개를 쌓아두고 "물건 찾아가시라"는 문자를 보냈다. 수신인은 아파트 입주민이다. 좀 있다 주민들이 직접 입구까지 걸어나와 자기 물건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냉동식품 같은 것을 주문한 주민은 허겁지겁 뛰어나오기도 했다.

입주민 이모(61·여)씨는 "시골에서 농사지은 걸 받아야 하는데 오늘 이렇게 하는 걸 보니 보내지 말라고 해야 겠다"고 말했다. 택배 기사도 마냥 속 편한 것만은 아니었다. 배달 물건의 분실이나 파손은 막아야 하니, 사람들이 찾으러 나올 때까지 아파트 입구를 떠나지 못했다. 이날 오후 6시까지 절반 정도만 주인이 찾아갔다.

"택배차 단지에 못 들어가면 기사들 힘들다"

이날 사태는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지난 1일 택배차량의 아파트 지상 공간 진입을 금지하면서 시작됐다. 이 아파트는 상가 쪽을 제외하곤 지상주차장이 없는 아파트다. 2011년 허가받은 아파트는 주차장 높이를 2.7m로 규정해둔 2018년 개정 주차장법 적용을 받지 않아 주차장 높이가 2.3m다. 화물칸 높이만 1m80㎝에 이르는 택배 차량은 들어갈 수 없다. 1m27㎝짜리 저상 차량만 진입할 수 있다.

택배노조는 "저상 차량으로 개조하려면 150만 원을 택배기사가 부담해야 하고, 개조한다 해도 화물칸이 낮은 트럭은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가 기사들이 힘들어한다"고 주장했다. 택배차량을 지상에 못 들어가게 한다면 아파트 입구에다 물건을 쌓아두겠다고 경고한데 이어, 이날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진경훈 택배노조 위원장은 한술 더 떠 "택배회사도 이 아파트에 대한 택배 접수를 중단하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주장했다.

"갑질 아파트 낙인, 옳지 않다"

택배차량 지상 진입 금지에 대해선 주민들 반응이 엇갈렸다. 입주민 입장에선 주민들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옹호론도 있지만, 안전 운전을 강하게 요구하면 되지 굳이 진입까지 막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주장도 있다. 주민들이 반발하는 지점은 그보다 '갑질 아파트' 이미지였다.

108동 주민 장명섭(53)씨는 "재작년에 자전거를 탄 아이가 후진 중이던 택배 차량에 부딪히는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택배차량은 지하로 들어오라는 것"이라며 "이미 1년 전부터 예고를 해왔고 이해를 구했음에도 우리만 갑질하는 사람처럼 죄인 취급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한 직원은 "예전부터 우리 아파트에 오시던 택배기사님들 가운데 90% 이상은 협의를 다 마쳤다"며 "저상차량으로 이미 출입을 잘하고 있는 CJ대한통운과의 협의 사항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등 택배노조가 더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택배 소란, 당분간 지속될 듯

이 아파트의 택배 소란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갑질 프레임에 대한 해명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택배노조도 지상 주차를 허용할 때까지 아파트 입구까지만 배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코로나 시대 택배물량 폭증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고민거리였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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