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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유학생 숨지게 한 음주운전자에 징역 8년 중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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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유학생 숨지게 한 음주운전자에 징역 8년 중형

입력
2021.04.14 15:45
수정
2021.04.14 16:57
0 0

재판부 "비극적 결과 비난 가능성 커"
유족 "음주운전 범행으로 가족 파괴"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대만 유학생 쩡이린씨의 친구들이 지난 1월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가해자에 대한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대만 유학생 쩡이린씨의 친구들이 지난 1월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가해자에 대한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음주운전 중 사고를 내 20대 대만 유학생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1심에서 권고 형량의 최대치인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민수연 판사는 1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52)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 시행 이후 위험운전치사죄에 대해 정한 권고 형량 가운데 최대 형량을 선고한 셈이다. 이는 검찰은 김씨에게 구형한 형량(징역 6년)보다도 높은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인근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79%( 상태로 아우디 승용차를 몰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대만 유학생 쩡이린(당시 28세)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왼쪽 눈에 착용한 시력교정용 렌즈가 순간적으로 옆으로 돌아가 시야가 흐려지는 바람에 쩡이린씨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사고로 피해자가 젊은 나이에 사망하는 비극적 결과가 초래됐고, 해외에서 사고 소식을 접한 피해자 유족들의 충격과 고통, 슬픔을 헤아리기 어렵다"면서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눈 건강이나 시력이 좋지 못하다면 운전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술까지 마시고 운전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과거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도 양형에 반영됐다. 다만 김씨가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합의를 하기 위해 대만 현지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은 유리하게 참작됐다.

지난해 11월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대만 유학생 쩡이린씨의 부모가 가해자 1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쩡이린씨 유족 제공

지난해 11월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대만 유학생 쩡이린씨의 부모가 가해자 1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쩡이린씨 유족 제공

이 사건은 쩡이린씨 친구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김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20만명을 넘으면서, 경찰은 "윤창호법에 의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것"이라며, 음주운전 사고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정에서 선고 결과를 지켜본 쩡이린씨 친구들은 "검찰 구형 이상의 형이 선고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최대 법정형이 무기징역인 것에 비하면 아쉬운 처벌"이라고 밝혔다. 박선규(29)씨는 "고인이 삶을 잃은 것과 징역 8년형을 비교할 순 없다. 강력한 처벌을 요구해온 만큼 실망도 남는다"고 말했다.

쩡이린씨의 부친 쩡칭후이씨 역시 한국에 보내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하는 것이 통상적인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씨가 세 번째 저지른 음주운전 범행으로 우리 가족은 파괴됐다"면서 "이번 판결로 한국에서 음주운전 범죄가 줄어들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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