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선생님이 아닌 집단 지성이 공부 예능의 선두에 섰다.
지난해 12월 설민석이 석사 논문 표절 의혹을 사과하며 출연 중인 모든 방송에서 하차한 이후, tvN '벌거벗은 세계사'는 매회 다른 전문가의 강의를 펼치는 식으로 개편돼 지난달 종영했다. MBC '선을 넘는 녀석들'은 이달 말 '마스터-X'라는 부제, 역사학자 심용환과 함께 새 시즌으로 컴백한다. 이처럼 일련의 논란 이후에도 공부 예능은 꾸준히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최근 등장한 새로운 스타일의 공부 예능들은 전문가 아닌 집단 지성에 초점을 맞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예능과 교양의 장점을 모두 취한 MBN '스라소니 아카데미', 예능적 재미를 극대화한 카카오TV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실전 주식 투자를 담아낸 '개미는 오늘도 뚠뚠'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 같은 프로그램 속 선생님은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야 하는 존재라기보다 함께 배워가고 서로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스라소니 아카데미'는 '아는척쌀롱'이라는 부제처럼 각 인문학 분야의 명사들이 자신 있는 주제에 관해서 배틀을 펼친다. 아카데미 원장으로 소개된 김상중을 필두로 '아는척 어벤져스' 군단으로는 배우 지주연과 방송인 김소영을 비롯해 문화평론가 김갑수·교수 윤태양·크리에이터 라임양·변호사 김정현·문학평론가 허희 등이 함께한다. 최근에는 예지원이 합류해 인문 기행기를 흥미롭게 그려냈다.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은 홍진경 남창희 황제성 그리 딘딘 등 '공부에 한 맺힌' 뇌순남녀 연예인 학생들이 함께 중학교 교과과정을 배워가는 신개념 교육 예능이다. 방송인 장성규 오상진과 유튜브 크리에이터 밀왕 등 친근한 인물이 일일 선생님으로 출연하고 있다. 특히 '수업 시간' 외에도 공부 라이브 중계나 공부를 준비하기 위해 마음가짐을 다잡는 과정까지 하나의 콘텐츠로 그려져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예능 콘텐츠 최초로 제57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예능 작품상 최종 후보에 오른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주식과 예능의 신선한 조합으로 대한민국 2039세대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노홍철 딘딘 김종민 미주가 자신의 출연료를 직접 투자하며 경험하는 과정에 김프로와 슈카 등 전문가들의 실질적인 멘토링이 더해져 재미는 물론 수익률에 대한 스릴까지 느낄 수 있다.
교양의 성격이 강한 '스라소니 아카데미'와 곳곳에 웃음 포인트를 포진시킨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성격부터 완전히 다르지만 시청자들에게 유익함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공부 예능의 취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출연진은 서로의 공부를 도우며 집단 지성을 나눈다. 특별한 이력을 갖고 있는 출연진이 각자 가장 잘 아는 분야를 심도 있게 논의하기에 예능 속 정보는 더욱 풍성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속 홍진경과 출연진이 촬영 중 실제 수업에 초 집중하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 출연자들의 활약에 '홍반꿀' '딘딘하다' 등 다양한 주식 유행어까지 탄생됐다"며 입소문에 따른 조회수 상승 추이를 주목했다. 무엇보다 전문가 선생님이 아닌 모든 출연진의 역할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색다른 공부 예능의 흐름을 실감하게 했다.
한 명의 선생님에게 의존해서 생기는 리스크를 경험한 이후, 방송가는 이처럼 색다르고 다양한 방식으로 코로나 시대 '집콕' 시청자들을 위한 유익한 배움을 전파하고 있다. 집단 지성이 서로를 존중하고 때로는 견제하는 과정이 곧 정보의 신뢰도까지 높일 수 있다. 공부 예능의 트렌드 역시 시청자들의 니즈를 반영하는 식으로,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변화한 것이다.
공부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단연 올바른 정보 전달이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여러 명이 전문가로 출연하는 공부 예능일수록 더 정확하게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한다. 또한 출연자들의 이야기가 중복되지 않고 시청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진의 세심한 조율이 필요하다. 검증과 조율이 철저하고 어려워야만 프로그램 속 다양한 정보들이 더 쉽게 전달될 수 있다"며 향후 공부 예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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