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최초 ‘스마트-스타디움’ 갖춘 제주
?‘내 손안에 전광판’ 호응… “접속 느리다” 지적도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제주 유나이티드 팬 오충재(33)씨는 요즘 홈 구장인 제주월드컵경기장에 들어서면 휴대폰으로 공공와이파이부터 연결한다. 구단에서 이번 시즌 처음 제작한 모바일 플랫폼 ‘내 손안에 전광판’ 구동을 위해서다. 경기장 내 설치된 QR코드로 연결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오씨는 경기 전엔 출전선수 명단과 경기를 준비 중인 선수들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고, 경기 중엔 틈틈이 실시간 경기분석과 벤치의 모습을 본다.
11일 제주와 수원의 K리그1 경기가 열린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오씨는 “경기장을 찾은 팬이 느끼기에 굉장히 획기적인 변화”라며 “시력이 좋지 않거나, 뒤편에 앉아 보는 관중들이 훨씬 즐겁게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그는 “그간 팬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경기장 입장 전의 선수들 모습이나 경기 때 벤치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고 했다.
실제 기자가 QR코드를 활용해 접속한 플랫폼엔 선수들의 움직임 추이를 볼 수 있는 ‘히트맵’을 비롯해 다양한 실시간 기록들이 갖춰져 있어 경기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또 별도의 로그인 없이 휴대폰 번호를 입력해 ‘출석체크’를 하면 자신이 받을 수 있는 경품도 확인 가능했다. 무엇보다 여기에 담긴 경기장 인근 맛집 정보는 처음 찾거나, 타지에서 온 팬들에게 꽤나 유용한 정보였다.
제주 구단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스마트 스타디움’ 구축의 시작점이다. 구단 관계자는 “해외리그 또는 국내 다른 종목에서 비슷한 사업을 한 적 있지만, 자체 콘텐츠까지 갖추면 팬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 기획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한국프로스포츠협회의 와이파이 설치 지원 사업에 공모해 약 5억원을 지원 받았다. 경기장 전역에서 쓸 수 있는 와이파이망을 구축한 구단은 자체적으로 추가 비용을 들여 팬들이 경기를 더 깊이 즐길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마련했다.
올해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도 경기장 내 와이파이를 설치,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티켓과 식음료, 상품구매가 가능하고 무인 검표와 좌석안내 시스템을 갖췄다. 여기에 태양광 패널을 활용한 스마트폰 충전, 관중간 실시간 채팅 기능도 추가하면서 팬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구단에게도 소중한 정보가 축적된다. 제주 관계자는 “관중 활동 내역을 기반으로 향후 팬 성향을 분석해 더 세심한 마케팅 활동을 벌일 수 있게 됐다”며 “플랫폼 내 프로그램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초의 시도인 만큼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오씨는 “관중이 몰렸을 때 와이파이 접속 속도가 느려지는 점은 해결해야 한다”고 짚었다. 관중들은 ”경기 몰입도가 높은 축구경기장에서 스마트폰 활용 빈도 자체가 높지 않을 것”이란 지적과 함께 “스마트폰을 좌석에 고정할 수 있는 장치가 제공되거나 판매된다면 프로그램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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