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법무법인은 '적법한 수령'이라는 법률적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2019년 3월 21일 이용섭 광주시장이 김강열 광주환경공단 이사장을 임명하면서 내놓은 입장문 내용 중 일부다. 당시 김 이사장은 횡령 의혹을 받고 있었다. 환경단체인 시민생활환경회의 대표로 활동할 당시 무보수 명예직으로 규정된 법인 정관을 어기고 급여와 활동비 등을 받아 챙긴 사실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다. 김 이사장의 도덕성 문제가 도마에 오른 건 당연했다. 광주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공공기관장으로서 적절한 후보자라고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냈다. "임명 반대"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여론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시장은 "우리 지역 활동가들에 대해 과도할 정도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흠잡고 비판하면 지역인재가 육성될 수 없다"고 임명을 강행했다. 공단 안팎에선 "언젠가는 저 말이 이 시장에게 부메랑이 될 수도 있을 텐데"라는 우려가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이 시장이 언급했던 '적법한 수령'은 2년 만에 '횡령'으로 뒤바뀌었다. 경찰 수사 결과를 통해서다. 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4일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이사장에 대해 불구속 기소 의견을 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시민생활환경회의 대표로 활동(2012년 5월~2015년 5월, 2018년 2월~2019년 1월)하면서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정관을 어기고 급여를 받아챙긴 혐의다. 김 이사장은 또 2015년 5월 퇴임 이후에도 3년 가까이 급여와 활동비 등을 자신의 부인 명의 계좌로 받았다. 이런 식으로 챙긴 돈이 1억 원 가까이 된다. 김 이사장은 경찰에서 "대표와 상임이사를 겸직했다"고 주장했다. 상임이사로서 정당하게 급여 등을 받았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소명할 근거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 이사장에 대해 '죄 있는' 쪽으로 결론을 낸 것이다. 이 시장이나 김 이사장 모두 원치 않는 결과다. 특히 이 시장으로선 참 난처하고 딱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 당장 인사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이 시장의 '사람 보는 눈'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까지 나온다. 공단의 한 직원은 "이 시장이 김 이사장 임명 당시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면서 이례적으로 입장문까지 냈다"며 "그런데 이처럼 민망한 일이 벌어졌다면 인사권자로서 으레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대목에서 2년 전 이 시장 입장문이 다시 소환됐다. 이 시장은 글에서 "결코 시민이 맡겨주신 인사권을 남용하거나 사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시장인 저를 믿고 맡겨주십시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과연 책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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