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개봉 '서복'으로 스크린 복귀
여린 듯 강하고, 센 듯하며 유약하다. 공유가 지닌, 모순된 이미지다. 그는 불멸의 존재임에도 죽음을 동경하는 신(드라마 ‘도깨비’)이었고, 북한 정예 특수요원이었다가 남한에서 남루한 삶을 사는 인물(영화 ‘용의자’)이기도 했다. 이번엔 시한부 삶을 사는 전직 정보기관 요원을 연기했다. 강하면서도 약한 인물이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서복’에서다. 양립하기 힘든 두 이미지를 다시 표현한 공유를 13일 오후 화상으로 만났다.
'서복'은 이용주 감독이 '건축학개론'(2012) 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제작비 165억 원이 들어간 SF 대작이다. 전 정보기관 요원 민기헌(공유)과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병마에 시달리던 기헌은 정보기관으로부터 서복을 보호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대가는 치료를 통한 생명 연장. 기헌은 제안에 끌려 서복을 안전하게 수송하는 임무를 맡는다. 미국의 음모가 끼여들고, 유전공학 회사의 대응이 겹치면서 기헌과 서복은 위태로운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는 기헌과 서복의 동행을 통해 죽음과 생명에 대한 의미를 관객에게 묻는다.
공유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머리가 좀 띵했다”고 했다. 생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어려워서였다. “(시나리오가) ‘너는 왜 살고 싶은데, 왜 사는데’라고 물으니 말이 막히더라고요.” 공유는 “좀 두렵기도 해 출연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뿌리칠 수 없었다”고 했다.
박보검과는 처음 연기 호흡을 맞췄다. 공유는 “많은 분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거의 흡사한 배우”라고 평했다. 그는 “연기하며 박보검씨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다소 어둡고, 날카로운, 냉혈한 같은 눈빛을 발견해 신선하고 반가웠다”고 말했다. 공유는 “아마 보검씨가 제대하면 그런 부분을 분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관객 뒤통수를 칠, 비장의 무기를 가진 배우”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보검은 지난해 8월 해군에 입대했다. 그는 12일 열린 ‘서복’의 언론시사회를 앞두고 공유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공유는 “군대에서도 계속 신경 써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서복’은 당초 지난해 상반기 개봉 예정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봉이 계속 미뤄졌다. 온전한 극장 개봉이라 할 순 없다.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티빙에서 동시에 공개된다. 국내 첫 시도다. 공유는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는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하지만 “차분하게 생각하면 받아들여야 할 시대 흐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안타깝지만 관객이 장소 불문하고 보고 싶을 때 영화를 좀 더 편하고 쉽게 접하게 된다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유는 올해로 연기 활동 20주년을 맞았다. 그는 2001년 KBS드라마 ‘학교4’로 데뷔했다. 공유는 “10주년이 얼마 안 된 것 같다”며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대신 “큰 무리 없이 하고 싶은 연기하며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면서 버텨준 스스로에게 약간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공유는 연기 인생 20년 동안 “매번 고비였다”며 웃었다. “이 정도 나이가 되면 태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들에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배우로서 가장 의미가 컸던 순간은 ‘부산행’의 칸영화제 진출도, ‘도깨비’의 성공도 아니다”며 “영화 ‘도가니’가 가장 의미 있었다”고 했다. “‘도가니’는 배우로서 굳건해 질 수 있는 계기를 줬고, 더 책임감 가지고 연기를 하자는 의식을 저에게 만들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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