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방식이 다를 뿐 동일한 지향점
'샅바싸움'으로는 양측 모두 실패 계산
장점 키우고 단점 보완 협력 가능성
공공 주도의 정부와 민간 주도를 내세운 서울시가 도심 주택 공급 방식을 놓고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지만 양측은 아직까지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대립각을 세워 공방을 벌이기보다는 단기간에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자는 공감대가 바닥에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큰 틀에서 지향점이 같은 만큼 정부와 서울시가 적정한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공·민간 주도 개발 양립 가능"
13일 정부와 서울시,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주택 공급이란 대의명분을 감안하면 정부나 서울시 모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2·4 주택 공급 대책’에서 공공 주도로만 서울에 32만3,000가구를,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간 중심으로만 18만5,000가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양쪽의 공급 목표는 5년 내 달성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상호 협조 없이는 아예 불가능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패스트트랙 공급 방식은 정비사업 심의와 개발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오 시장의 민간 재건축 활성화 역시 여당 중심의 시의회는 물론, 정부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 양쪽이 샅바싸움만 하다가는 가시적인 성과를 못 내고 집값 불안만 심화시킬 수 있어 적정한 선에서의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령 서울시가 정부의 공급 대책을 지원하는 대신 정부로부터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을 받아내는 식이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은 기존대로 정부가 서울시의 협조를 받아 속도감 있게 공공개발을 추진하고, 서울시는 정부로부터 규제 완화 혜택을 받아 사업성 좋은 재건축 단지부터 순차적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하면 공급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도 “공공 주도와 민간 주도가 양립하면 소비자의 선택이 넓어져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속도 조절 시사한 오세훈
오 시장도 일단은 타협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후보자 시절 “일주일 안에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했던 오 시장은 취임 후엔 “신중하지만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며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이날 처음 참석한 국무회의에서도 오 시장은 자신의 부동산 정책 공약 중 핵심인 재건축 규제 완화는 꺼내지 않고 올해 급등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관련 내용만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0% 이상인 시의회의 심기를 건드려 좋을 게 없다는 판단과 섣부른 규제 완화 시그널이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재건축 기대감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전용면적 245.2㎡ 현대7차아파트는 지난 5일 80억 원에 거래돼 지난해 10월 매매가(67억 원)보다 13억 원이나 올랐다. 지난 7일 보궐선거에서 오 시장이 승리한 이후 주요 재건축 단지들에서도 매물은 줄고 호가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공공 주도의 흔들림 없는 공급 정책 추진을 강조한 정부는 오 시장의 입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 시장이 10년 만에 출근한 지난 8일 “주택공급은 지자체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견제구를 던지며 정부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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