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투자 상한 높이고도 매도 지속
매도 규모 줄어도 매도 방향은 안 바뀔 것
일각선 "6조 원 더 팔 수도" 전망도
최근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보유 비율 목표치를 재조정하면서, 올해 내내 지속돼 온 매도세가 잦아들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일단 국민연금이 투자할 수 있는 국내 주식 비중의 최대 보유 범위를 기존 대비 1%포인트 넓힌 만큼, 앞으로 기계적인 매도 물량은 대폭 감소할 것이란 게 증권가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16.8%)에는 변동이 없는 만큼 기존의 매도 방향성 자체에는 큰 변함이 없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팔 만큼 팔아... "매도세 점차 약화될 것"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주축으로 한 연기금은 지난 12일 이후 이틀간 1,80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9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전략적으로 국내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범위를 목표비중의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늘렸다.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 주식 목표비중은 16.8%인데, 최대 19.8%까지 상한선을 높여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일단 매도세를 중단하진 않은 셈이다.
증권사들은 앞으로 국민연금의 매도공세는 점차 약화될 수 있다는 공통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규모는 총 운용자산의 약 19%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원래대로라면 이 비율을 18.8%까지 낮춰야 했지만 상한선이 확대되면서 굳이 팔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연기금의 순매도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돼 추후 매도 압력 자체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도 반영돼 있다. 연기금은 올 들어 이날까지 17조4,000억 원에 달하는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다.
매도 방향은 변하지 않을 것...최대 6조 매도 전망도
사실 국민연금 운용자산의 증가·감 규모를 정확히 계산할 수 없어 증권사들도 시나리오별로 주식 비중을 가정해 추후 매도 가능액을 점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증권사 중에는 16.8%라는 국내 주식 목표 비중에는 변화가 없는 만큼 매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DB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초 이후 자산가격 상승을 고려해 국민연금 투자자산(856조5,000억 원)을 가정할 경우 자산배분 상단까지 6조 원의 매도세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6조 원의 매도가 이뤄지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약 0.7%포인트 낮아지게 된다.
국민연금의 매도세가 꺾인다 해도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수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투자 주체는 여전히 외국인(코스피 시가총액의 36%)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연금이 연초 이후 대형주 위주의 매도를 지속해 온 만큼, 매도 강도가 약해지면 반도체, 화학 등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상위권 수익률을 기록한 에너지, 화학, 반도체 등의 수급 개선이 1차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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