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생각도 여러 번 했는데 어머니 때문에 참고 지내요. 도와주세요.”
이달 초 광주광역시의회 신수정 의원의 휴대전화로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자신을 은둔형 외톨이라 밝힌 30대 남성은 “방 밖으로 나가지 않은 지 3개월째인데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게 어렵고, 무섭다. 그렇지만 지금 생활에선 벗어나고 싶다”며 절박한 현실을 토로했다. 사회와 두터운 벽을 쌓은 그가 힘겹게 도움을 구한 건 신 의원이 2019년 10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만든 뒤 관련 활동을 계속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조례에 근거해 전국 최초로 광주 지역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10만 세대를 대상으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도 진행했다.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문제로 급부상한 일본에선 1990년대부터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으나 국내에는 그간 공식적인 연구가 없었다. 현재 광주광역시의회는 은둔형 외톨이 지원에 대한 기본계획도 만들고 있다. 신 의원은 “은둔형 외톨이는 가족 붕괴와 반사회적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충남도의회는 지난해 석탄화력발전소 영아가정 지원 조례를 제정한 뒤 그 해 12개월 미만 영아가 있는 가정 85세대에 공기청정기를 보급했다. 올해는 대상을 24개월 미만 영아로 넓혀 200세대를 지원할 계획이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5㎞ 이내에 거주하는 가정이 대상이다. 해당 조례는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와 함께 지난해 행정안전부 지방의회 우수사례로 꼽혔다.
조례를 발의한 김명선 충남도의회 의장은 “학교와 경로당엔 모두 공기청정기가 지원되는데 대기오염물질에 더 취약한 영유아 가정은 소외됐다는 생각에 조례를 만들게 됐다”며 “복지 사각지대를 메꿔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지방의회 의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오는 15일로 부활 30주년을 맞은 지방의회가 생활밀착형 조례로 지역사회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군부정권에 의해 1961년 해산된 뒤 시·군·자치구의회는 1991년 4월 15일, 시·도의회는 그해 7월 8일에 개원했다. 김정태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13일 “정보공개제도의 시발점이 된 청주시의회의 행정정보공개 조례처럼 지방의회는 민주주의 확산은 물론, 시민의 삶 가까이에서 가장 빨리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평했다. 2010년 72건에 불과하던 서울시의회 조례 재?개정 건수는 지난해 473건으로 크게 늘었다.
제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법률과 달리, 조례를 통해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정책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 지방의회의 강점이다. 지난해만 해도 응급 정신질환자를 위한 정신건강위기대응센터 설치?운영을 골자로 한 정신건강 위기대응체계 구축 조례(경기도의회)와 청년 인재 유출을 막고자 청년 문화 육성?지원책을 담은 청년 7조례(경남도의회) 등을 의결,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투명성, 청렴도는 해결 과제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조사에서 지방의회는 6.23점(10점 만점)으로 공공기관(8.19점)에 크게 못 미쳤다. 박기관 한국지방자치학회장(상지대 행정학부 교수)은 “지방의회의 자율성?책임성 강화는 풀뿌리 민주주의 완성을 위한 디딤돌”이라며 “교육을 통해 지방의원 역량을 높이고, 입법권을 보장해 보다 폭넓은 의정활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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