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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논란

입력
2021.04.13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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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달 22일 서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 중 정부서울청사 앞 도로에서 조선시대 수로, 담장, 기단 등 문화재가 나와 관계자들이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2일 서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 중 정부서울청사 앞 도로에서 조선시대 수로, 담장, 기단 등 문화재가 나와 관계자들이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경복궁 앞으로 이어지는 지금의 광화문광장 일대는 '육조(六曹)거리'라는 조성 당시 이름대로 넓은 길이었다. 태조의 명을 받아 정도전이 구상한 폭 50, 60m의 조선 최대 거리 좌우로 의정부와 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 등 중앙 관청이 늘어서 있었다. 조선 초기 문신 권근은 한양의 모습을 노래한 '신도팔경(新都八景)'에서 이런 모습을 활줄같이 곧고 넓은 거리에 관청들이 별처럼 자리잡았고 오가는 행차 소리로 시끌시끌하다고 표현했다.

□ 박정희 정권 때 이 길을 거의 두 배 가까이로 넓힐 때도,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이 거리는 그대로 길이었으니 형식적으로는 600년 전과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길의 정체성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걸어서 오가는 사람의 길이 아니라 자동차 차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서울 거리를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며 광화문광장 조성을 처음 말하고, 뒤이어 오세훈 시장이 이를 실행에 옮긴 것도 그런 취지다.

□ 16차선 도로를 10차선으로 좁혀 중앙에 광장을 설치하는 계획은 2008년 당시에도 교통체증 등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그런 불편을 푸념하기보다 광화문과 북악산을 마주하는 시민광장이 생긴 걸 반기는 여론이 훨씬 많았다. 광장이 좌우에 차로를 끼고 있어 섬처럼 갇혀 보이는 것은 흠이지만 그마저 권력을 상징하는 무대에 시민의 공간이 생긴 빛나는 변화를 가릴 수 없었다.

□ 지난해 말 시작된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이 도마에 올랐다. 서울시가 오랫동안 준비했다지만 구설에 오르내릴 것이 뻔한 사업을 보궐선거를 얼마 앞두고 시장대행 체제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공사의 방향이 타당한가 여부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더 온전한 광장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는 받아들일 만하다. 2009년 8월 새로 조성한 광화문광장 개방식에서 "대한민국의 대표적 광장으로 가꾸어 나가자"고 했던 오 시장이 이번 공사를 "왜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해서는 곤란하다.

김범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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