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 법 만드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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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대응, 법 만드는 것이 먼저다

입력
2021.04.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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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우
홍제우한국환경연구원 부연구위원

편집자주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보다 더 큰 위협은 없습니다. 기후변화 전문가 홍제우 박사가 관련된 이슈와 쟁점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드립니다.


GDP와 온실가스 배출량의 관계를 나타낸다. 양 축은 로그 스케일로 나타내었다. 인류는 돈을 더 많이 벌면, 온실가스를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배출하고 있다. (홍제우 박사 작성, 데이터 출처: World Bank & CDIAC)


세계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을 가로축에, 온실가스배출량을 세로축에 두고 점을 찍어보면, GDP가 클수록 온실가스도 많이 배출하는 경향성이 나타난다. 이 그래프를 보기 좋게 만들려면 로그 스케일로 나타내면 되는데, 돈을 많이 벌수록 온실가스를 단순히 많이가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류는 지구에 참담한 짓을 저지르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의 종합판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마주하고, 존재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4월의 첫날 발표된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현황‘(통계교육원)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약 7억3,000만 톤에 해당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우리 국민 개개인이 1년 동안 14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수준이다. 1인당 배출량으로 세계 6위권에 해당하는데, 실로 어마어마한 양의 온실가스를 하늘로 내뿜으며 살고 있다. 기후변화에 있어서는 우리 모두 겸손해야 하지 않을까?

점점 커지는 기후변화의 피해를 저감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탄소중립2050’ 비전은 출발했지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법과 제도가 정비되었다는 소식은 아직이다. 우리는 큰 사건이 터진 후 외양간 고치듯 법과 제도가 정비되는 것을 수없이 경험해왔다. 발생한 문제를 신속히 대처하는 것도 그 사회의 능력이라지만, 미래에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은 문제에 대한 대처를 뒤로 미룰 필요는 없다. 구멍과 틈새가 생기기 시작했을 때, 즉시 보수를 튼튼히 해야지, 무너진 후 다시 짓기는 어려운 법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 영국, 일본, EU는 기후변화 대응법을 제정하고, 내실있는 정책 수립·이행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출처: European Climate Law ©Adobe Stock)


10년 전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야기할 때 ‘녹색’이 ‘달러($)’를 뜻하는 ‘그린(green)’이 아니냐, 지속가능성은 ‘돈벌이’의 지속가능성 아니냐는 비아냥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비웃었던 녹색성장의 공(功)을 굳이 하나 꼽는다면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그늘막이나 무더위 쉼터 같은 다양한 기후변화 적응정책이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의 전체 64개 조항 중 제48조 하나의 조항에 기대어 수행되고 있다. 그만큼 법이 갖는 상징성과 파급력은 대단하다. 실효성 있게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해묵은 법안부터 얼른 개정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새 법안은 다양한 가치들을 오롯이 담아내야 한다. 기후변화만큼은 정부-공공-민간을 뛰어넘는 협력이 필요한데, 법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며 어렵게 돈을 벌자는 ‘탄소중립’ 가치를 실현하려면 법의 울타리가 큰 역할을 해야 한다. 온실가스 이슈에 파묻힌 피해 저감 적응정책은 법으로 살려낼 수 있다. 공정의 가치 실현을 위해서는 법이 기후변화 취약계층을 따뜻하게 포용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탄소중립을 방해하거나 기후변화의 피해가 발생할 만한 대규모 개발은 막을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법이 방패가 되어야 한다. 후손들이 손가락질하는 세대로 남지 않으려면, 그들에게 살 만한 세상 물려주려면,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 기후변화 대응법의 제정은 파리협정 원년에 전 세계에 귀감이 되는 성과로 남을 것이다.

홍제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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